원하는 매물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처음 집을 알아볼 때 흔히들 사용하는 부동산 앱인 ‘직방’과 ‘다방’을 주로 애용했다.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조건의 매물이 한눈에 보이니 무척 편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매물을 발견해 연락을 해보면 정보가 잘못 기재되어 있거나, 이미 방이 계약이 되었다거나, 다른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러면서도 많은 부동산업자들이 손님의 주목을 끌기 위해 일정 부분 허위 매물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이를 ‘관행’처럼 정당화시켰다. 물론 이 중에는 실매물만 다루며 정직하게 거래하는 부동산업체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조건이 좋다 싶으면 열의 일곱은 허위 매물에 가까웠다.
대출을 권하는 중개업자
그 가운데 가장 황당했던 것 중 하나는 실제 고액의 전세 매물을 반전세처럼 가격을 조정하여 올린 뒤 현혹하는 수법이었다.
서대문구 연희동 근처 신축 투룸 빌라, 보증금 33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전세는 아니지만 신촌에서 가깝고 신축 투룸인데 저 정도 가격이라니, 뜻밖에 좋은 매물을 발견한 것 같았다. 글을 올린 부동산 업자에게 연락하자 그는 매우 좋은 가격으로 나온 매물이지만 앞선 글에서 언급한 전세반환보증보험을 들어야만 이용 가능한 물건이라는 조건을 설명해줬다. 3300만원을 대출 받아 보증보험을 드는 것 정도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됐으므로 나는 큰 의구심 없이 중개인을 만나기로 했다.
잔뜩 기대감을 안고 찾아갔건만, 집은 사진보다 훨씬 협소해 보였고 대로변에 위치한 탓에 이중창을 닫아도 차 지나다니는 귓전을 때렸다. 이 정도 소음이라면 낮에도 밤에도 결코 고요하게 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이었다. 중개업자는 앱에 기재된 정보와는 달리 반전세가 아닌 전세로 3억 3천이라고 했다.
“반전세로 보증금 3300에 월세가 50이었던 거 아닌가요?”
“보통 대출을 받게 되면 보증금의 90%가 나오게 되는데 그럼 10%인 3300만원을 실입주금(내가 가진 돈)으로 내고 대출 이자를 매달 50정도씩 낸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전화로 문의드렸을 때 왜 전세라고 말씀 안 해주셨어요?”
“제가 설명을 드린 줄 알았는데 깜빡 하고 못드렸나 보네요.”
나는 집이 아무리 좋아도 3억이라는 큰돈을 대출 받기는 겁난다며 거절의 의사를 표했지만, 그는 집주인이 융자 말소 조건에 매달 20만 원씩 이자 지원을 해줄거라며 신축에서 매달 30만원만 내고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나를 회유했다. 전세반환보증보험을 들면 안전하니 대출을 많이 받아도 걱정할 건 없다면서 말이다.
이자 지원은 믿어도 되는 걸까?
대출을 많이 받게 하는 대신 이자를 지원해주겠다는 중개업자는 연희동의 그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신축을 중개하는 많은 업자들이 비슷한 조건을 내걸었고 심지어 홍대 인근 신축 빌라를 소개해 준 한 중개업자는 부동산에서 직접 200만 원까지 이자를 지원해주겠다고 흥정을 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신축들은 연희동 대로변에 있던 그 집처럼 위치가 좋지 않거나, 크기는 매우 작지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무기로 보증금을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한 곳들이 대다수였다.
일러스트레이션 : 박다영
알고 보니 이는 공실 비중이 높은 신축 빌라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방편 중 하나라고 한다. 대다수의 신축 빌라는 은행이나 신탁회사를 끼고 대출을 통한 금액으로 건축을 진행하는데, 건축주의 경우 분양이 늦게 될수록 손해가 커지므로 자금의 회전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을 빨리 진행시켜야 한다. 이 때 실제 분양을 하는 임대투자자는 전세 세입자가 들어와야 매수를 하기 때문에 건축주는 이자 지원을 통해서라도 세입자를 구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건축주가 지원해주는 이자 지원을 바탕으로 중개사들은 각종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
이자 지원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원금에 현혹되어 나의 형편을 훨씬 웃도는 집을 선택하는 실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보증금이 기존에 계획한 것보다 훨씬 높아지게 되므로 이자 지원이 끝난 뒤에 이자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전세반환보증보험금 역시 보증금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므로 이에 대한 비용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집을 구하면 구할수록 나 자신은 점점 작아져만 가고 중개업자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갔다. 그 사이 집을 구하는 우선순위 가운데 어느덧 '안전'이 1순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