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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kyea Sep 17. 2020

계시키 산책 일기 | 쌍욕

개를 키우는 게 죄인가요?

살면서 길가다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언짢은 소리를 거의 들은 적이 없는데, 시키를 데려오고 나서부터는 길가다가 모르는 사람들한테 한껏 욕을 많이 먹고 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잔뜩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시키와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물론 오늘은 대놓고 쌍욕을 얻어먹었다. 정말 말 그대로 쌍욕.


집 앞에는 모두를 위한 산책길이 있다. 시키와 산책을 하고 있는 중에 반대편에서 종종 마주치곤 하는 웰시코기와 견주가 있어 둘이 반갑게 인사하고 있었다. 쭈그려 앉아 한참 웰시코기와 인사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크게 '지나갈게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전가가 지나가는 줄 알고 일어서서 곧장 자리를 피해주려고 하는데, 의도적으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혼잣말한다고 하는 게 소리가 생각보다 컸던 것인지 이렇게 말했다. '씨*, 길거리에서 왜 이러는 거야' 순간 이게 무슨 소리인지 싶어 화가 날 새도 없이 그 여자는 저만치 앞으로 가있었다. 우리가 있던 곳은 좁은 길도 아니었고 길이 크게 2개로 나있는 곳이라 우리가 있던 곳은 누군가의 길목을 막는 곳도 아니었다. 꼭 우리가 앉아있는 길을 지나갈 필요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일부러 언짢은걸 티 내려고 굳이 우리가 있는 쪽으로 가려던 것 같다. (산책길에서는 자전거 주행을 권장하지 않는다. 잦은 사고로 인해 보행자들을 위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갈 것을 권장한다. 곳곳에 현수막도 쳐쳐 있었다.)


무슨 저런 큰 개를 키우냐, 무섭다 등등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본인의 불편한 감정을 툭툭 뱉어낸다. 말이 아니어도 잔뜩 찌푸린 표정을 볼 때면 마음이 좋지는 않다. 조금 웃긴 건, 강아지가 없을 때는 그 누구도 나라는 존재가 지나간다고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강아지가 내 옆에 있다는 것 만으로 우리는 사회로부터 불편한 존재가 되어 욕을 먹어도 마땅한 존재들이 되었다. 하지만 충분히 타인들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백번 천 번 이해하기에 시키와 나는 언제나 바짝 붙어 산책한다. 걷다가도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오면 우리는 한쪽으로 비켜서 모두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시키와 산책할 때는 혹시 모를 순간을 대비해 핸드폰도 절대 보지 않는다. (사진을 찍을 때는 반드시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5초 만에 찍고 얼른 넣어버린다.) 언제부터인지 눈치만 늘어, 소심한 시키보다 내가 더 소심해져 가고 있다.


시키를 키우기 전에는 나도 동물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강아지와 견주를 보며 얼굴을 찌푸리고 욕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갈길을 갈 뿐이다. 각자 다른 삶을 살 뿐이다. 모두가 강아지를 좋아할 수 없고 좋아해 달라고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타인과 동물에게 상처 주는 표현들을 표출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그저 같이 걸어갈 뿐인데.


우리는 당신을 헤치지 않아요, 그저 좀 걷고 싶을 뿐이에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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