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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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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Dec 03. 2019

재미있고 기쁜 소식

이 기쁜 소식을 나의 독자들에게  먼저 알리고 싶다. 말 돌리지 말고 결론부터 말하자.


''저 상을 타게 되었어요! "


매년마다  12월 송년이 되면  내가 속한 문단에서는  그 해의 가장 우수한 작품을  쓴 사람에게  상을 준다.   

오늘 사임당 문학 회장님으로부터 반가운 통보를 받았다.  나의 작품'선인장'이 올해의 작품으로 선정되어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는 발표하기 전이니 그때까지는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 둘 것을 꼭 꼭 당부했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먹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너만 알고 있으라는 말을 전제로 몇몇 지인들에게 소문을 냈다. 듣는 사람은 아마 자랑으로 느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자랑을 세련되게 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하던데 나는 투박하다. 이 좋은  느낌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전하고 싶다.


4년 전. 남편이 정년퇴임을 한 그 해, 남편의 퇴임 이야기를 주제로 쓴 글'산비둘기 알을 낳던 날'이 문학상 수상 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심사에서  탈락의 고비를  맞게 되었다.

그 후로 해마다 송년이 오면  은근히 기대를 하였지만 나에게 오지 않는 기회를  상복이 없는 걸로 인정하고 포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시상식 날짜와  우리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  겹쳤다. 하필 그 날이  딸네 가족과  함께  동남아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 날이었다


Oh my God!!

 

이대로 여행꿈을 버려야 하는 건지...,

여행 일정을 하루만 앞당기자고 해볼까? 아니야  나 때문에 가족들 모두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지, 

진즉에  예약해 놓은 여행 스케줄을 변경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라도 돌아오는 비행기 편이 남아 있다면 나 혼자라도 먼저 돌아오는 건 어떨까?

수상 소식을 들은 후로 내 머릿속은 온통 두 가지 행사를 무사하게 치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느라 그야말로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어떤  대책도 떠오르지 않았다. 할 수없이 나는 이번 가족여행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여행을 주관한 딸의 퇴근시간을 기다려 밤늦게 전화를 걸었다

''딸...,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 중 어떤 소식부터 들을래....''

''왜 무슨 일 있어요?''

''응''

''기쁜 소식부터 들을게요''

나의 문학상 수상 소식을  알려 주었다. 곧이어 듣게 될 슬픈 소식을 예감하느라  내 기대만큼의 환성은 지르지 않았다.

''슬픈 소식은요?''

딸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시상식 날이  우리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과 겹쳐서 나는 아무래도 이번 여행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마치 여행이 아닌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말을 했다.


잠시  뒤에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기쁜 소식과 재미있는 소식 중 어떤 것부터 들으실래요''

조금 전 내가 했던 말과 비슷한 멘트다.

혹시나 돌아오는 비행기 편을 바꾸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에게는 그게 가장 절실한 소식이니까.....


''우리는 모두 시상식 전날 돌아오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이럴 수가...,

처음부터 우리의 여행 날짜는 시상식 날짜와 맞물리지 않았었다. 하루 전 날, 늦은 밤에 출발한 비행기는 시상식 날 새벽에 도착하지만 정확히 시상식 전에는 집에 도착하여 나는 충분히 여유 있게 시상식에 올 수 있었다. 도착하는 날짜가 같았기 때문에 시간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나는  아슬아슬하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행운을 얻었다. 그런데  남아있는 재미있는 소식이란 건 뭘까?


갑자기 딸아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큭큭커렸다


''엄마 그날 새까맣게 탄 얼굴로 시상식장에 앉아있을 우리 가족들의 얼굴을 상상해봐요, 으흐흐흐''


금방 숨이 넘어갈 듯이 웃어제낀다. 축하해주러 오는 가족들의  코드가 브라운 살결이라면 모두가 한 번쯤 바라보지 않을까?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태국 북부 치앙마이는 12월이 건기라서  햇빛이 좋은 시기다. 일주일 동안  열대의 밀림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보낼  우리 가족의 얼굴은 보나 마나 깜둥이가 되어있을 것이다. 언젠가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의 우리 모습이 상상된다.

사람들은 아마 반전의 묘미가 있는 콩트를 읽는 기분으로 우리 가족들을  바라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건강한 우리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축하를 해 준다는 게 고마울 이다.


아무튼 나는 마음 편하게 여행을 떠난다. 의 생일 축하 여행이 하룻밤 사이에 엄마의 문학상 수상 선물로 바뀐 것 외에 변한 것은 없다.


참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는 걸 잊지 말야겠다.


~수상작 '선인장'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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