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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Apr 26. 2020

손녀에게 하듯이 내 아이를 키웠더라면


외손녀 아이가 클레이로 인형을 만들었다. 우리 가족의 특징을 꼭 잡아내어서 만든 재미있는 작품이다. 사진을 찍어서 가족과 친구들의 카톡방에 올렸다. 대놓고하는 자랑질인데도 모두 칭찬의 댓글을 달아주었다. 아이가 손재주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많은 분들이 놀라워할 줄은 몰랐다.


위킹 맘인 딸을 대신하여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이의 창의적인 모습에 나도 가끔은 놀라곤 한다.

내 아이를 키울 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손녀가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새록새록 느껴지고 보인다.

손녀를 키울 때처럼 내 아이에게 했더라면..., 가끔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는 아이에게 화도 내고 엄마의 생각을 아이에게 주입시켜 애 어른을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뒤늦게 후회가 되기도 한다.


손녀는 다르다. 함께 놀아주는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손녀가 태어나기 전 내 핸드폰의 배경화면은 강아지들이었고 사진 역시 강아지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손녀가 태어난 후로는 점점 강아지들이 손녀에게 밀리고 지금은 온통 아이의 사진뿐이다.


아이는 운동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그림뿐 아니라 글쓰기도 좋아한다. 아이는 책 만들기가 취미다. 덕분에 나는 종이책을 잘 엮는 할머니가 되었다. 아이가 요구하면 나는 곧바로 아이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빈 종이를 엮어준다. 조선시대에나 만들었을 듯 한 방법으로 종이에 구멍을 뚫고 실로 엮어서  수작업으로 만드는 이다. 그림을 그리고 동화를 쓰는 취미를 가진 아이는 내가 만들어 준 종이 책에 동화를  쓴다. 때론 만화를 그리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아이가 만드는 책의  독자가 된다. 아이가 자라서 무슨 일을 하 이 놀잇감은 무척 소중한 것이 될 것이다.

 

                        아이가 만든 동화책                                                            


피카소는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는데 평생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피카소처럼 그림을 그리는데 단 몇 분이 걸렸다.

우리 집에 오래된 가전제품 중에 20년 된 김치냉장고를 바꿀 때가 되었다.

 제품으로 바꾸기로 한 뒤 아이에게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 잠깐 사이 완성된 그림을 보고 나는 마음이 바뀌었다. 내가 그리말디 성의 피카소 전시관에서 본 말년의 피카소 작품과 무엇이 다른가, 오히려 순수함이 더 돋보이는. 아이의 그림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이미 치르고 우리 집을 향해서 오고 있을 김치냉장고를 하고 피카소 냉장고를 계속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그게 작년 이 맘 때의 일이니까 김치냉장고는 올해 나이 스물한 살이 되었다.  


아이가 만든 클 레이 작품 우리 가족

.

김치냉장고의 재 탄생


우리 집에서 아이의 작품은 전시용이 아니라 실제 사용하고 있는 실용적인 물건이다. 오래된  플라스틱  테이블은 아이가 그린  순수한 그림으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탁자가 되고 피카소 냉장고라고 이름 붙여준 김치 냉장고는 스스로 은퇴할 때까지 일자리를 잃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명화를 살림살이로 사용하는 집은 아마 우리 집 밖에 없을 것이다. 손녀 바보가 된 할머니의 궤변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여러 가지 재능을 골고루 갖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지만 한 가지 재주에 특출 난 사람도 있다. 아이들의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키워주는 게 어른의 몫이다. 손녀가 손으로 조몰락거려 만드는 점토인형이나 그림 동화 등을 보면 분명 남들과 다른 솜씨가 보인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답게 건강하고 순수하게 자라기만 하면 된다. 지금은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서 창의력의 바탕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만든 동화책을 우리 가족은 서로 겠다고 한다. 그것은 칭찬의 다른 모양새다.


아이는 꿈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어제는 할머니가 만든 책에 그림을 그려주는 일러스트가 된다고 했다가 오늘은 또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무엇이 되든 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되면 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 박수를 쳐 주겠다고 했다.

어느 날 다가올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을 제제처럼 아파하지 않게 하기 위해 천천히 조금씩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


이가 자라는 에서 바라보면서 나는 느낀

아이는 매일 자란다 그러면서 매일 다른 사람이 된다. 아이와 노는 동안 나는 백명의 친구를 가진 .

    할머니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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