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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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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May 04. 2020

봄, 숲, 잎, 꽃.

봄날의 숲을 노래하다

숲, 부르기만 해도 코끝에 초록 향기가 스치는 이름, 누굴까 맨 처음 숲을 숲이라고 부른 사람은....

봄날의 숲은 순하다. 이제 갓 시린 눈을 뜨고 햇빛을 바라보는 여린 잎들, 바라만 봐도  몸이 간지럽던 옻나무 순마저 햇순은 가냘프다.


봄 숲을 걷는다.

하늘 위로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가지 끝마다 봄이 돋았다. 어린잎들이 어지럼증도 없이 매달려 있다.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 이제 곧 그 하늘도 초록으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키 큰 나무에 새들이 둥지를 튼다. 두 마리의 새가 번갈아 날아다니며 집을 짓는다. 새로 집을 리모델링하고 신접살이를 꾸미새들은 정답다. 조금 후면 저 보금자리에는 아기새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할 것이다. 숲에는 새들의 마을이 있다.

 

봄은 숲을 깨운다.

지난가을, 떨어진 낙엽을  덮고  잠을  잔 새싹들의 기지개 켜는 소리와 죽은 듯한 가지에서 돋아난 잎들의 탄성도 봄 숲에서는 들을 수 있다.

청맥이 그대로 투명하게 보이는 잎들은 뿌리가 전해주는 생명수를 흡족하게 받아 마시며 자란다. 귀 기울이면 잎이 도르르  펴지는 소리가 들리고 힘겹게 기어오르는 어린 넝쿨의 가쁜 숨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갓 돋아 난 잎들의 재잘거림을 나는 봄바람 소리로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정동정..., 누가 숲을 고요하다고 했는가  숲은 움직인다. 숲 속에서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그들의 생동하는 소란스러움에  내 발자국 소리가 묻히기  때문이다.



숲 속 오솔길로 으름 넝쿨이 기어간다. 부지런한 개미들이 길을 안내한다. 지난겨울 땅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언덕엔 온통  둥굴레 꽃밭이 되었다. 산딸기 연한 순이 오솔길을 점령한다. 오솔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노란 아기똥풀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오랑캐꽃도 무리 지어 피어있다. 꽃은 그깟 함부로 지은 이름쯤 개의치 않는다. 벌과 나비도 꽃들에게 공평하다.


봄은 지난해 어린나무의 우뚝 자란 키를 대견해하고 음지에 자리 잡은 이끼고사리들에게도 안부를 묻는다. 어느 곳 하나도 소홀하지 않고 봄빛을 틔우고 있는 숲,

숲은 어느 한 귀퉁이 초록이 아닌 곳이 없다. 오늘 하루 앉은뱅이 이 되어버린 몸에서도 초록이 돋는  


숲에서는 나도 풀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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