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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Aug 04. 2020

아침 식단을 바꾸고 내 몸이 바뀌었습니다


 갱년기,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맞게 되는 인생의 고된 시기다. 누구는 가볍게 또 누구는  힘들게 지나가기도 하는 병 아닌 병을  나는 오랫동안 앓았다.


안면홍조. 수족냉증과 손 저림. 두통과 소화불량.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등.... 주로 갱년기 증상이라고 하는 것들이 모두 달려들어 나를 힘들게 했다..

어느 날은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가 또 어느 날은 춥다가 덥다가 요지부동.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렸다. 가장 힘든 것은 불면증이었다. 모두들 잠들어 있는 밤에 맑아지는 나의 정신, 그렇다고 해서 낮에 잠이 오는 것도 아니다 하루 종일 뜬눈으로 지낸다는 게 맞다.


밤새 앓다가 병원의 첫 손님으로 진찰실 의자에 앉으면  의사 선생님은 내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나의 증세를 알아챘다.

그리곤 내 병명 앞에 신경성이란 말을 붙였다. 신경성 위장장해가 내 병명이다. 내과이었으니 망정이지 신경 정신과였다면 영락없이 다른 진단을 내렸을 것이다.


신경성이라는 진단 하나로 나는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남들보다 냄새를 잘 맡는 것도 예민해서이고. 소리에 민감한 것도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느긋하게  마음먹고 여유를 가지고 살아보라 하지만

에서 이명이 들리고 한쪽 머리를 딱따구리가 쪼아댄다고 생각해보면 누군들 예민해지지 않을 사람이 없다.


오랫동안 믿고 의지하던 의사 선생님도 사흘 걸러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무심해졌는지 나에 대한 처방은 언제나 똑같았다. 영양주사와 소염 진통제와 위장보호제뿐,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니까 자연히 몸 무게는 줄고 낮에도 누워서 지내는 날들이 더 많았다. 그러다가 기침이 시작되었다. 일반 감기 기침과는 다른 저 가슴속에서 뭔가 훅 밀치고 들어오는 느낌의 기침이었다.

한 달 넘게 기침을 하는 나에게 의사 선생님은 역시 신경성이란 진단을 내렸다.


십여 년간 다니던 단골 병원을 바꾼 것은 그 때문이었다.  

딸아이가 병원을 한번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 했을 때도 나는 손사래를 쳤었다. 

성격상 어느 한 곳에 적을 두면 쉽게 바꾸질 못해서 한결같이 단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은 나였다. 지금까지 나의 검사 결과와 진료과정이 모두 기록되어 있는 단골병원을 떠나 새로운 병원으로 옮긴다는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의사 선생님을 신뢰하고 있었고 그런 내가 다른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다는 건 그동안 나를 치료해 준 의사에 대한 믿음을 배신한다고 생각했다.


딸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서 같은 동네 다른 병원을 찾았다. 진찰 결과 내 기침은 신경성이 아닌 알레르기라는 걸 알았다.

한 달 내내 가슴속에서 훅훅 올라오던 기침이 단 이틀 만에 수그러들었다.

마음에 부담을 안지 않고 단골병원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좋지만 믿음 그 자체에 나를 온전히 맡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정작 아픈 인데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낫게 해 주길 바랐다.

누구나 겪는 갱년기를 유난하게 오랫동안 앓고 있는 나, 이런 나의 고통을 낫게 해 줄 사람은 의사도 가족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의 운동을 하기 위해서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헬스클럽의 회원증을 끊었다. 처음으로 해 보는 기구운동이었다. 얼마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하다 보니 오랜만에 배가 고파지는 걸 느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허사로 돌아갈 것 같아서 나태해지려는 나와 싸웠다. 가슴이 답답하다가도 운동을 마치면 조금 트이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그 느낌을 몸이 조금씩 운동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운동을 하면서 밤에 잠을 자기 시작했다. 몸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몸이 조금 회복되자 오래전에 세워 둔 여행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 40일간의 자유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말렸다. 하지만 나는 무사히 여행을 마쳤고 여행 중에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오히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내가 여행 체질이라고 했다 또 어떤 이는 내가 역마살이 있는가 보다고도 했다.


나도 내가 건강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여행 중에 우리는 많이 걸었다. 길을 몰라서 걷고 지도상으로 짧은 거리일 것 같아서 걷고 경치가 좋아서 걸었다. 걷는 것처럼 좋은 운동은 없다.

그다음이 식사다. 여행 중에는 맵고 짠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였을까? 준비해 간 약을 먹지 않고도 소화가 잘 되었다.

나를 위한 아침 식단


여행 중에 먹었던 것처럼 아침 식단을 바꾸기로 했다. 냉장고에 있는 과일과 텃밭에서 딴 채소를 함께  버무린 샐러드를 매일 먹기 시작했다. 우유를 그냥 먹으면 탈이 났지만 끓여서 식초를 넣어 리코타 치즈로 만들어 먹었더니 영양의 균형도 잡아 주고 맛도 좋았다.


매일 아침 나를 위해 준비하는 식단, 지금껏 나를 위해서 무엇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나는 처음으로 내가 나를 대접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저녁에 먹다 남은 찌개가 있어서, 음식을 남기기 아까워서, 가족들이 먹지 않으니까 내가 해치워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식사를 했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나를 위해서 아침 식단을 준비한다.

텃밭에서 싱싱한 야채와 토마토를 따고 그것으로 샐러드를 만들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에는 텃밭에 심은 방울토마토가 제철이다, 건강한 채소들은 병충해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건강하면 어떤 전염병도 이겨낼 수 있다.


몸이 아프지 않은 요즘 사는 게  즐거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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