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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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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Sep 18. 2020

브런치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네요

얼마 전 브런치에서 " 브런치가 이렇게 사람을 놀래키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습니다. 카카오 메인 메시지에 작가의 글이 뜨면서 구독자가 늘고 댓글이 소시지처럼 딸려 온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그런 일도 다 있구나..,  글을 읽으면서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브런치가 작가의 사기를 올려주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글의 조회수를 천 단위, 만 단위, 십만 단위로 알림이 뜨기도 하고 라이킷과 구독자를 알려 주는 문자가 뜨기도 합니다. 갑자기 고공행진을 하는 라이킷 수를 보고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멀리 사는 동생이 "누나 글이 다음 메인에 실렸네요" 라며 사진을 보내 주었을 때는 누구라도 붙잡고 자랑을 하고도 싶었답니다. 오랫동안 문단 생활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을 브런치에서 매일 느끼며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내 글을 맛본 독자들이 "이 집 좀 하네" 라며 이쑤시며 나가는 걸 보는 듯하였으니까요


작년 부활절에 나는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뒤늦게야 알게 된 이 곳에서 내가 놀란 것은 적게는 백 명부터 많게는 만 명이 넘는 구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작가들의 프로필이었습니다.


남편과 나의 아이들, 형제자매와 조카들, 가까운 친구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의 구독자가 되고, 그들이 마중물이 되어 일 년이 넘은 지금은 나를 찾아 준 구독자들이 450명, 나에게는 대단한 숫자인 그분들을 의식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니다.


지난주 목요일, 브런치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얼마 전에 발표한 내 글 'B급이었어'가 다음 주 월요일, 카카오 채널 메시지를 통해 소개된다는 글이었습니다. 요즘의 암울한 생활에 처져있던 나에게는 충분히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보내준 기쁜 소식들



예방주사를 처음 맞는 아이가 친구에게 주삿바늘의 아픔을 미리 전해 들었다면 병원을 가기 전에 미리 겁부터 내겠지요?

상황은 다르지만 나는 이미 지난주 '안녕'작가님이 쓴 글을 통해서 카카오 메인 메시지에 글이 나간 후의 즐거운 사태?를 짐작하고 있었던 터라 은근히 그 날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월요일 아침입니다.

장마로 인해 제멋대로 자란 화단의 꽃들을 대충 치우고 들어와 보니 브런치의 알람 소리가 마치 재봉틀을 돌리듯이 계속 울리고 있었습니다.

아.., 이런 기분이구나,

아이들이 축하 문자를 보내고 몇몇 브런치 작가님들이 축하의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월요일 하루에만 구독자수가 200명이 늘고 300명이 넘는 독자들이 라이킷을 눌러 주었습니다. 댓글도 줄줄이 도착했습니다. 나는 댓글마다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고 싶었습니다. 손이 아프도록 답글을 써보는 일도 한 번쯤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기쁨도 잠시 이건 뭔가요? 줄줄이 달린  댓글 사이에 부정적인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껏 내 글에 이런 댓글이 달린 적은 없었기에 읽기가 편치 않았습니다.


내가 쓴 'B급이었다'는 1등만 독주하던 경쟁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일들, 즉 최근에 경연을 마친 일곱 명의 가수들이 서로 화합을 하며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사회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내 글이 논재의 거리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내 글은 전문적이지도 또 너무 사념적이지도 않은 에세이와 미셀러니의 중간쯤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혀 무겁지 않은 글에 그렇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글도 아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1등만 기억하는 사회라는 말이 1등만 했던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웠겠지요, 글 속에 등장하는  

공평. 경쟁, 등수, 라는 단어나 더구나 연예인의 이야기라니...., 이처럼 야들야들하고 육질 좋은 먹잇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동안 브런치에서 따뜻하게 사랑을 받던 내 글이 야생의 숲에서 핥퀴고 다치며 곤혹을 치르고 있더군요. 댓글을 읽기가 두려워졌습니다


나는 모든 글에 답글을 달았습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악플은 독약입니다. 하지만 독약도 아주 소량은 극약처방약으로 사용한다고 하지 않던가요?.


짧은 댓글이지만 글에는 인격이 묻어납니다. 그런 글은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 두어 개의 댓글은 내 인격을 흔드는 글도 있었습니다. 비록 내 글에 공감하지 않는 글이라 해도 나는 그 글을 존중하며 읽었습니다. 혹시 내가 모르고 있는 잘못된 나의 글 자세를 알아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내가 왜 이렇게 관대해졌는지 참말 모를 일입니다.

내 글이 게재된 일주일 동안 모든 게 덤덤해지고 쓴소리조차 받아들여지더군요.


처음 댓글을 읽을 때와 달리 점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조용히 라이킷을 눌러준 독자들과 그보다 많은 공감의 댓글, 그리고 나의 구독자들이 들려주는 응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글을 쓰려면 나만 만족하는 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자들의 다양성을 생각하되 그렇다고 내 주관이 흔들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브런치가 이렇듯이 나를 담금질을 는군요. 한낱 쇳덩이가 뜨거운 불구덩이와 찬물을 들락거리며 쓸모 있는 연장으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나는 카카오 메인 메시지를 통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누군가는 말하더군요

그게 수입이 되냐고...,

브런치는 나에게 돈보다 더 귀한 인연과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에너지를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욱 강해진 펜으로 부드러운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PS: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구독자 수가 70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람 문자가 떴습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군요. 소중한 한분 한분께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글을 쓰는 보람을 느낍니다.  더 좋은 글로 보답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수상소감처럼 되어버렸지만 지금 제 기분이 상을 타는 기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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