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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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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Jul 30. 2021

더울 땐 숲으로 가자

덥다.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다. 최근 들어 이상기후의 조짐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폭우와 홍수로 북미는 폭염과 산불로 몸살을 앓는다.

우리나라도 전례 없는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열대성 기후의 특징인 스콜 현상이 나타나면서 서서히 열대성 기후 국가가 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는 열대과일인 망고를 재배했다.

달콤한 제주산 망고를 먹으면서 머지않아 소나무 대신 야자나무가 서있는 거리를 상상해 본다.


한 겨울  혹한 한 여름 혹서의 날씨에 대비하여 우리 집은 오래지붕 위에 주택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했다. 이렇게 날씨가 덥고 햇빛이 이글거리는 날에도 한 가지 좋은 점은 태양열로 인해 자가발전된 전기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할 수 있다면 장마에 그냥 흘려보내는 빗물도 받아두고 싶다. 매일 아침마다 뜰에 물을 뿌리면서 드는 생각이다. 물 부족 국가에서  허투루 버리는 물이 없이 빗물을 가둬 사용하는 그런 장치가 생긴다면  나는  아마 제일 먼저 설치할 것이다.


전기를 자가발전하면서 부담 없이 에어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문을 닫고 에어컨 바람만 쐬며 종일 집안에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했다. 숲으로 가면 좀 나을까?

보온병 가득 시원한 얼음물을 담고 과일을 씻어 준비했다. 냉동실에서 급랭해 둔 옥수수를 꺼내 해동하는 동안 남편은 커피를 내렸다. 해 질 녘까지  그곳에 있을 요량이므로 읽을 책과 이어폰도 챙겼다.


전에 잠깐 에어비앤비를 운영할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내 집에 머무는 게스트들에게 새벽에 집 가까이에 있는 숲을 산책해 보라고 권하였다. 우리나라보다 자연환경이 월등하게 좋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가까이에 있는 안산 숲으로 새벽 산책을 다녀오면 모두 아름다운 숲에 대하여 한 마디씩 찬사를 보냈었.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하늘을 덮은 초록 나뭇잎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타고 간 자전거를  세워두고 중턱의 메 콰이어 숲으로 갔다. 역시 숲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뭇잎 하나 움직이지 않지만 확실히 체감온도는 낮았다. 드문드문 놓인 벤치는 아직 누구라도 먼저 는 사람이 임자였다.

남편과 나는 널찍하게 하나씩의 의자에 자리를 고 앉았후끈거리는 지열이 없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집안에서는 한층씩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상승하는걸 몸으로 느낀다. 옥상 위는 발을 디딛을 수 조차 없는 불볕이다. 그 열기가 그대로 스며들어 집안은 찜질방이  되어 후끈거렸다. 

집집마다 설치한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어대는 훈훈한 바람은 주변을 건조하게 만든다. 


어디선가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전에 약수터였던 곳이 폐쇄되어 물웅덩이가 되었다. 내가 처음 이 네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이 플라스틱 병에 물을 가득 담아가지고 내려가곤 하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물은 여전히 흐르는데 지금은 그 물을 마실 수가 없다. 오염되어 식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안내문세워져 있다.

웅덩이 물은 맑다. 물 위를 겅중겅중 소금쟁이가 스치듯 헤엄쳐 다닌다. 사람들이 떠나면 그곳에는 자연의 생물들이 차지한다.


이 나무 저 나무 사이를 까치가 날아다닌다.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집을 짓기는 메타세콰어어만한 나무도 없다.

사람은 자연과 가까이하려고 하나 자연은 사람을 두려워한다.

숲에서는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나뭇잎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바람소리 새소리를 듣는다. 


일찌감치 산을 올랐던  중년 남성 대 여섯 명이 하산길에 이곳 메타세콰어 숲 건너편 벤치에 앉아 쉬어간다. 그들이 떠드는 소리에 새들의 소리가 묻힌다. 침을 튀겨가며 정치인 한 명을 난도질하고 유유히 내려간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마스크 하나가 떨어져 있다.

곧이어 세 명의 아줌마 등산객이  빈자리에 앉았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두고 간 마스크를 나뭇가지에 걸어둔다.

어디선가 향냄새가 풀 풍긴다 했더니 아줌마들이 피워둔 모기향이었다. 산모기를 쫓으려고 준비해 가지고 다니는 것 같다.

풀향기가 모기향에서 풍기는 야릇한 향에 묻힌다.

들 그럴까? 남편과 나는 눈으로 욕을 했다.

실컷 떠들다가 그들은 떠났지만 산사에서 풍기는듯한 야릇한 향기는 그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자연은 우리에게 조건 없이 퍼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자취를 남긴다. 뒷정리를 하고 자리를 떠나면서 뒤돌아본다. 하얀 마스크가 저도 데려가 달란다.

쓰레기봉투에 집어넣고 산길을 내려왔다.


세워둔 까만 두 개의 자전거가 빨리 집에 가자고 한다.

내가 없는 동안 맨몸으로 햇빛과 대적을 한 우리 집은 고슬고슬 말라있다. 

벌써 숲이 그리워진다.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메타세콰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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