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
빈 둥지에 깃털하나 엽서처럼 놓여있다.
어젠
유난히도 엄마 비둘기가 자주 둥지를 찾아와
아기 비둘기의 깃털을 다듬어 주더니
밤 사이에 떠나갔구나
비도 오는데....
참 그러네
오늘 아침에는 왠지 허전해
너희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동안
내 안에서도
무언가 싹트고 있었나 봐
이젠
모이를 쪼아 먹는 무리를 바라보며
피하지도 찡그리지도 않을 거야
아니, 나는 그곳에 더 머물면서
너를 찾게 될지도 몰라
참 신기하지?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쉽게 변한다는 게
빈둥지를 치우려다 그만둔다
혹시라도
너희가 다시 올까 봐
아님
그 집 산후조리원으론 그만이라는 소문 듣고
찾아오는 다른 비둘기가 있을까 봐
빈둥지로 남겨둘게
비둘기야
언제라도 와서 쉬어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