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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May 06. 2023

빈 둥지

떠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

빈 둥지에 깃털하나 엽서처럼 놓여있다.


어젠

유난히도 엄마 비둘기가 자주 둥지를 찾아와

아기 비둘기의 깃털을 다듬어 주더니

밤 사이에 떠나갔구나

도 오는데....


참  그러네

오늘 아침에는 왠지 허전해


너희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동안

안에서도

무언가 싹트고 있었나 봐


이젠

모이를 쪼아 먹는 무리를  바라보며

피하지도 찡그리지도 않을 거야

아니, 나는 그곳에 더 머물면서

너를 찾게 될지도 몰라


참 신기하지?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쉽게 변한다는 게


빈둥지를 치우려다 그만둔다

혹시라도

너희가 다시 올까 봐

아님

그 집 산후조리원으론 그만이라는 소문 듣고

찾아오는 다른 비둘기가 있을까 봐

빈둥지로 남겨둘게


비둘기야

언제라도 와서 쉬어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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