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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붉은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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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 김작가 Jun 23. 2023

오늘은 제발 안녕하였으면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바라보는 청녹의 잎들이 유난히 반갑다. 어젯밤에 비가 온 탓도 있지만 지난 일주일간 무채색 공간에서 나 역시 무채색으로 살았던 터라 오늘 아침의 이 청량감은 생뚱맞을 만큼 반가운 것이었다.


주일 전 악몽 같은 시간으로 거슬러 간다. 사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지금은 글을 쓸 만큼  많이 회복이 되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지나간 며칠 전의  일을 되새긴다.


건강을 잃은 신호를 접했을 때 드는 불안감은 어떤 연료보다도 더 활활 타올라서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나는 '핏빛처럼 붉게 타는 노을'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핏빛'이라는 어감 자체가 싫다. 핏물은 두려움은 들게 할지언정 노을의 아름다움과는 전혀 비교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건강을 잃은 신호는 목을 타고  넘어온 핏물이었다. 기침이나 가래 같은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이 느닷없이 당한 일이라서 놀란 나는 남편과 함께 다니던 동네병원으로 급히 달려갔고 그곳에서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라는 권유를 받았다.


갑자기 닥친 상황에 얼떨떨할 사이도 없이 입고 간 옷을 벗고 환자복을 입었다. 내 손목엔 링거가  꽂혔다. 엑스레이 사진과 시티촬영, 식도와 목의 내시경 검사를 하였다. 아침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응급실 병동의 침대누워기다리고 검사하기를 수 없이 반복하다가 입원이 확정되고 나서야  환자인 나와 보호자인 남편은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이때부터 나의 수난은 시작되었다.


병원에서 듣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가 참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교대시간이 바뀌면 담당 간호사가 자신이 담당한 환자에게 와서 인사를 한다. 안녕하지 못한 환자에게 안녕하냐고 묻는다.


"안녕하십니까 담당간호사***입니다"


이곳에서의 '안녕'은 창밖 넘어 록세상과의 안녕과는 다르다. '몸은 좀 어떠신지요  어제보다 좀 나으신가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환자들은 대답한다


"네"


그  짧은 대답 속에는  '오늘은 제발 안녕'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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