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Q: 오늘 발견한 일상의 행복은 무언가요?

by 믿지
행복: 나는 가벼움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삶을 헤쳐나간다. 칭찬과 모욕을 겸손과 수용의 자세로 받아들이는 자아의 주인으로서,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자아의 주인, 브라마쿠마리스

오늘은 엄마 앞에서 작은 심호흡을 해야 했어요. 단어를 고르려는데 살짝 떨리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무언지, 무얼 원했던 건지 궁금해지네요. 만지작거리다 한 장을 뽑았어요. 행복. '행복이란 가치로 어떤 질문을 건네시는 걸까?' 글귀를 다시 읽다 잠깐, 길을 나섰습니다. 아이들 등교를 도와야 했거든요.

차로 이동하면서 아이들에게 너희는 언제 행복한지 물었습니다. 글감의 힌트를 구해볼 요량이었지요. "비밀!"이라 하더라고요. 그 대답도 뭐, 좋았어요. 방향을 나로 돌려 머릿속에 두 글자를 띄어두고 뭐든 만나겠거니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문득 조수석에 앉은 아이가 "엄마, 폰" 그러는 거예요. '폰'을 주었더니 "아니, 엄마 손." 그러는 거예요. 오랜만이었어요. 포개진 따뜻한 두 손. 도착할 때까지 내내 잡고 있었어요.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고3. 진지하지만 유쾌한 아이가 찾아준 이 행복감은 놓쳐왔던 일상의 순간을 끄집어내 줍니다. 그러고 보니 아침마다 일어나라 소리치는 엄마에게 아이는 "안아줘." 그 고마운 말을 아직도 해주고 있네요. 고1.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그 곁에 아이는 태어나 첫 눈맞춤 하던 순간의 표정으로 매일 깨어나요. 천사라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던 그 아기 표정이요. 행복이지요.


연이어 하필 그날이 떠오릅니다. 징그럽기도 참 징그러웠던 2023년. 그리고 2월. 엄마 소식 듣기 한 달 전, 급성 대동맥 박리로 애들 아빠가 언제 어느 때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응급실 의사 말에 황망한 울음을 쏟아냈던 그날이요. 수술 후 의식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두고 그의 소지품을 챙겨 나오는데 기가 막히더라고요. '이 옷을 다시 입고, 이 신발을 다시 신고 같이 집으로 갈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병원에서 재활을 도우면서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창밖 카페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어요. '나도 저기 앉아 있는 날이 올까?' 까마득하게 느껴져 고개를 젓기도 했습니다. 커피를 여유롭게 즐기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 건강히 있을 때나 가능하다는 걸 미처 몰랐었어요. 일상이 일상이라는 게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 그새 잊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어요. 아이들은 차에서 내려 그들의 감사한 하루로 걸어 들어가고 있어요. '애들 아빠도 이제 일어났나? 벌써 출근했을까?' 잠깐 생각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이 길이 오늘은 그저 몽땅 행복입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오늘 글귀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보고 해석해 내는 것, 발견해 내는 것이 맞네요. 엄마의 질문에 답해가다 보면 그녀의 의도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여전히 믿기지 않는 순간들이 더 많지만, 신기하지요. 동시에 이렇게 묻고 답해가며 연결되는 우리 모습에도 큰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엄마. 사랑합니다."


Q: 오늘 발견한 일상의 행복은 무언가요?

수요일 연재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