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

오늘은 또 뭘 먹지

by 수국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김밥집 야외 메뉴판 앞에서 서성거리는 한 아주머니를 보았다. 합죽한 배 호리호리한 체격 까맣게 그을린 얇은 피부에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두툼한 겉옷을 하나 더 껴입은 모습은 바쁜 걸음으로 출근을 서두르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특이하게 눈에 띄었다.


사는 게 그리 평탄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어우러져 사는 것이 사람 사는 곳이 아니겠는가 생각했다. 저녁때쯤 그 아주머니는 김밥집 앞 인도 구석진 곳에서 종이박스를 깔고 앉아 복숭아 하나를 잘라 너무도 비슷한 이미지의 남자에게 한쪽 주고 자기도 한입 먹고 있었다.


아, 아주머니 혼자가 아니었구나 누가 봐도 부부로 인정 너무 닮았다. 꽁꽁 잘 묶어진 짐보따리 여러 개가 두 분 옆에 대기하고 있는 걸로 볼 때 노숙자 부부인 것 같았다. 그날부터 계속 그 주변에서 보였다.


하루 이틀 며칠째 아침마다 보이던 그분들이 보이지 않으면 어디에서 밤이슬을 피하며 지냈을까 괜히 애가 쓰였다. 그분들도 아침에 머무는 곳과 낮에 머무는 곳이 달랐다. 아침에 보이던 그곳에서는 항상 짐을 꽁꽁 챙겨 넣는 편이었고 낮에는 주로 가로수에 기대어 쉬기도 했다.


군살 없이 건강해 보이는 모습으로 볼 때 기초 수급자가 아니라면 장애연금은 물론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아닌듯 하다. 중년 부부가 길거리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걸 보려니 안타까웠다.


길거리에서 노숙을 할망정 풍기는 이미지는 두 분이 다 싹 씻고 나가면 뭘 해도 할만한 인물이다. 잘 나가던 직장인들도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하고 사업가도 하던 사업 접어야 하는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패자부활이란 참 쉽지 않다. 나라님도 해결 못하는 문제를 소시민이 어떻게 해결해줄 방법도 없으면서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어느 날 아저씨는 가로수에 기대어 힘 없이 쉬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는데 길 건너 카페 메뉴 입간판 앞에서 서성 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점심 식후 냉커피 한잔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 선 그곳에서 제발 시원한 주스 한잔 하길 응원했다.


내 배고픔도 중요하지만 남편의 허기진 모습 보는 것이 더 힘들어 끼니 해결을 위해 아내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 아닌가 싶다. 주부로 단련된 아내 입장에서는 칼 도마 소리 통통 내면서 가족을 위해 요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아쉬울 것 같았다.


가로수에 기대앉아 옥수수 한 자루로 둘이 나눠 먹으며 그렇게 정겨운 부부애로 살아가는 모양이다. 혼자보다 둘이라 덜 외롭겠지 닮은 모습이나 풍기는 이미지가 천생연분이란 생각도 들었다.


반듯하게 좋은 집에 갖출 것 다 갖추고 살면서도 투닥투닥 싸우며 사네 못 사네 하는 부부들도 얼마나 많은데. 길거리의 저 부부는 어려운 중에도 도란도란 의견도 잘 맞아 보였다.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바라본 이미지 일뿐 속내막은 일일이 알 수 없다.


싸우는 것도 뭔가 지킬 것이 있고 힘이 있어야 싸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누구라도 밑바닥까지 가고 나면 오히려 측은한 생각에 애틋한 마음으로 서로 보듬으며 살길을 찾던가 아니면 결단력이 빠른 사람은 진작에 끝내고 새로운 길로 돌아서던가 둘 중에 하나가 아닐까!


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 어디 있을까만 씻고 먹고 자고 비 피할 지붕 있으면 감사하며 살아야지 노숙하시는 저부부는 종이 박스 깔고 앉아 비바람 피할 가림막 하나 없고 번듯한 밥상이 아니어도 복숭아 하나 옥수수 한 자루로 둘이 나눠먹으면서도 큰소리 내지 않고 하루하루 잘 살아가는데.


며칠째 시청 주변을 돌며 시청 옆 도로변 가로수에 기대어 살아가는 저 부부는 언제까지 저렇게 생활해야 할지? 점심시간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물결치듯 이동하며 식후 공식처럼 냉커피 한잔씩 폼나게 들고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땡볕 아래 노숙하시는 그분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할까!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분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사람들은 많이 없는 듯 나 역시도 신경은 쓰이지만 감히 쉽게 접근할 수는 없었다. 아직은 젊은 측에 속하는 중년부부에게 잘 못 접근했다가 혹시라도 버럭 자존심이라도 건드릴까 봐 근접도 못하면서 마음만 짠 하다.


추석명절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나 어려움 중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한가위만 같아라”하는 풍성한 명절이 골고루 다 통했으면.


작가의 이전글줄을 서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