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정 부리는 아이(36개월)
아침부터 엄마와 딸은 서로 엇갈리기 시작한다.
엄마: 빵 먹는다고 했지?
딸: 응
엄마: 우유 따뜻하게 데워줄까
딸: 아니
엄마: 시원한 거 먹을래?
엄마는 냉장고에서 우유와 팥 카스텔라 하나를 내어 놓으며 “빵이랑 우유 먹어.” 창가에서 놀던 아이는 쪼르륵 달려가 식탁에 놓인 빵을 보고 “이 빵 아니잖아 안 먹어” 그러면서 샐쭉 돌아선다.
엄마: 그러면 뭐 ~~ 엄마 당황스럽다.
엄마: 네가 빵 먹는다고 했잖아 그러면 뭐 먹을래?
딸: 이거 안 먹어.
다 치려 진 밥상에서 잔소리하는 어른도 얄밉지만 아이도 밉기는 마찬가지다. 출근 준비해야 하는 엄마도 마음이 바쁜데 말이다.
엄마: 먹지 마 먹지 말고 굶고 가.
엄마의 단호하게 겁주는 소리에도 굽히지 않고 팽팽하게 맞선다. 굶고 가라는데도 자기주장 확실하다.
딸: 할머니가 해준 계란 샌드위치가 아니잖아.
사실은 샌드위치가 아니고 계란빵이라 해야 하나. 할머니를 쳐다보며 애절한 눈으로 울상을 한다.
밥 굶는 꼴을 못 보는 할머니의 마음을 흔든다. 손녀가 굶고 어린이집에 가는 걸 보고 있을 할머니가 아니지만 섣불리 거들지 않는다.
엄마와 딸의 신경전이 끝나기를 지켜본다.
끝까지 안 먹고 아빠 아빠를 찾다가 달려온다.
“먹지 마” 하며 엄마는 출근 준비하러 들어간다. 상한 마음을 받아 주고 안아주며 할머니가 빵 구워 주면 먹을래? 응. 빨리 달라고 조른다.
그때 운동 갔던 아빠가 들어오니 “아빠”라고 소리치며 달려가 안긴다. 아빠에게 조잘조잘 “그래 왜 뭐가 문제야 저기 빵이랑 우유 있네 먹어야지.” 할머니가 구워준 빵을 먹는단다. 할머니 편한 꼴을 못 보는 구만 그래도 속으로 기분은 좋다.
“아빠 땀이 많이 났네 가서 씻어” 아빠 품에 더 안겨 있고 싶을 텐데 축축한 아빠의 불편을 알아채며 어른 같은 말을 하는 아이가 너무 웃긴다. 아직 자기 마음도 다 풀리지 않았을 텐데 아빠의 불편을 먼저 배려하는 아이의 그 말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할머니는 계란 두 개를 탁탁 깨고 소금 살짝 뿌려 후루룩 젖는다. 식빵 두 장을 꺼내어 한 장은 네 쪽으로 한 장은 여덟 쪽 한입크기로 자른다. 계란물을 입혀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할머니 계란도 줘” 나머지 계란물은 주르륵 부으면 얇은 계란말이가 된다.
계란빵 한 접시 앞에 놓고 그때사 헤헤 웃으며 빵 한 조각 먹고 우유도 먹는다. “할머니 오늘은 오다가 뭘 봤어?” 오늘 아침 바깥 소식이 궁금한지 새 소식을 들으며 냠냠 잘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