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펜티 입던 날 (36개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가 바지를 벗는다.
왜, 쉬하고 싶어? 할머니 마음은 바빠진다.
아니 “할머니 나 오늘 토끼펜티 입었어 예쁘지?”
신기한 듯 바지를 훌렁 내리고 얇실한 엉덩이를 내보이며 펜티 자랑이 한창이다. 펜티 기저귀를 벗고 두둑하던 엉덩이가 얇아지니 느낌이 묘하다.
토끼 펜티 예쁘네 누가 사줬어?
“엄마가 사 줬어”
와, 토끼 펜티 진짜 예쁘다. 클로이 엉덩이에 토끼 한 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네. 귀도 쫑긋 세우고. 예쁘다는 할머니의 칭찬에
“할머니도 토끼펜티 입고 싶어?”
응
“토끼 펜티 두 개 있어 할머니 하나 줄게”
쪼르륵 달려가 펜티 한 장을 가져온다.
“할머니 가방에 넣어 줄게” 하며 가방을 찾는다.
할머니 가방 여기 없어. 주머니에 넣어줘
주머니에 펜티를 넣어 주고 돌아선다.
펜티 한 개 주면 넌 하나밖에 없는데 괜찮겠어
“응 괜찮아”
욕심 없이 나누는 그 순수함이 너무 좋다.
대소변을 가리기 위한 준비로
펜티를 처음 입기 시작한 날이다
홀가분한 엉덩이와 토끼펜티가 신기한지 어제와 오늘이 다른 가벼운 엉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토끼펜티 자랑을 하더니
”할머니 쉬하고 올게 “ 하며
화장실로 향하는 그 모습이 기특하다.
할머니 앞에서야 무슨 짓을 한들 뭐 어떠랴.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이 엉덩이 살랑거리며 다녀도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손녀를 바라보는 할머니는 노파심이 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