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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Sep 19. 2023

주제넘게 신경 쓴다

하루하루 시간은 흘러간다

‘강다짐’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는 뭔가 모를 단단함과 야무짐이 느껴진다. 아파트 상가에 강다짐이란 간판이 걸렸다. 이 아파트 상가를 볼 때마다 건축설계에 대해선 전혀 모르지만 상가는 영 잘못 지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상가는 무엇보다 잘 보이는 곳 손님이 많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좋을 텐데.

상가 앞에는 가로 1미터 세로 2미터 대형 사각기둥이 양쪽에 버티고 있다. 상가는 옆쪽에선 기둥에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고 정면에서나 볼 수 있다.


삼각김밥 강다짐은 젊은 청년이 사장이다. 이름만큼이나 다부지게 장사가 잘 되기를 바랐다. 바삭하던 편의점 삼각김밥을 떠올리며 어떤 맛일까 종류별로 사 먹었다. 자꾸 생각날 만큼 끌리는 맛은 아니다. 신세대들은 좋아하는 맛이겠지. 지나다닐 때마다 손님이 드나들면 괜히 기분이 좋다. 손님 없이 조용한 가게를 볼 땐 걱정스럽다. 주제넘은 짓인 줄 알면서도 신경 쓰인다. 근처에 분식을 겸한 김밥집은 때마다 줄을 서며 분주하다. 강다짐은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 출퇴근 시 유동인구는 많은 길인데 왜일까?


그러고 보니 주변에 테이크아웃 커피도 옆에 옆에 있어도 손님이 끊이지 않고 늘 붐비는 가게와 조용한 가게는 비교가 된다. 다들 대박의 꿈을 안고 자신 있게 개업했을 텐데. 장사 좀 하는가 싶으면 실내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고 간판이 바뀐다. 장사 잘 되는데 문 닫을 리 없을 테고 손익계산이 안 맞으니 접는 거겠지.


강다짐 역시 일 년이나 장사했나 싶은데 어느 날 불이 꺼진 유리창엔 “내부사정으로 영업을 종료합니다.” 하얀 메모지가 더 하얗게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쏴하다. 몇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어두컴컴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다. 장사는 안 해도 어두움이 차지한 저 가게 계약기간까지 월세는 또박또박 나갈 텐데 걱정이다.


젊은 용기로 시작한 사업일 텐데. 비싼 수강료 내고 경험 쌓았다 생각하면 앞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아쉽다. ‘강다짐’이란 이름만큼 야무지고 알찼으면 더 좋았을걸 문 닫은 가게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젊은이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그렇지 뭐.”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옆에 장사 잘하던 ‘명랑시대  핫도그 최근 들어  여닫는 시간이 들쑥날쑥하더니 어느 날은 공사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실내 인테리어가 바뀌고 있다. 망치소리 드릴소리 톱질소리라도 나니 그나마   낫다, 며칠을 공사하더니 알록달록 요즘 유행하는 ‘탕후루가게가 문을  모양이다. 장기간 인기품목이 될지 반짝 장사가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개업을 준비 중이다. 자본주의의 결실을 맘껏 누릴 사람도 있지만 점포정리하거나 폐업하고  닫는 가게를  때마다 주제넘게 신경 쓰인다. 우리 곁에는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늘진 곳에서 우는 이웃도 있다는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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