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시간은 흘러간다
‘강다짐’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는 뭔가 모를 단단함과 야무짐이 느껴진다. 아파트 상가에 강다짐이란 간판이 걸렸다. 이 아파트 상가를 볼 때마다 건축설계에 대해선 전혀 모르지만 상가는 영 잘못 지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상가는 무엇보다 잘 보이는 곳 손님이 많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좋을 텐데.
상가 앞에는 가로 1미터 세로 2미터 대형 사각기둥이 양쪽에 버티고 있다. 상가는 옆쪽에선 기둥에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고 정면에서나 볼 수 있다.
삼각김밥 강다짐은 젊은 청년이 사장이다. 이름만큼이나 다부지게 장사가 잘 되기를 바랐다. 바삭하던 편의점 삼각김밥을 떠올리며 어떤 맛일까 종류별로 사 먹었다. 자꾸 생각날 만큼 끌리는 맛은 아니다. 신세대들은 좋아하는 맛이겠지. 지나다닐 때마다 손님이 드나들면 괜히 기분이 좋다. 손님 없이 조용한 가게를 볼 땐 걱정스럽다. 주제넘은 짓인 줄 알면서도 신경 쓰인다. 근처에 분식을 겸한 김밥집은 때마다 줄을 서며 분주하다. 강다짐은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 출퇴근 시 유동인구는 많은 길인데 왜일까?
그러고 보니 주변에 테이크아웃 커피도 옆에 옆에 있어도 손님이 끊이지 않고 늘 붐비는 가게와 조용한 가게는 비교가 된다. 다들 대박의 꿈을 안고 자신 있게 개업했을 텐데. 장사 좀 하는가 싶으면 실내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고 간판이 바뀐다. 장사 잘 되는데 문 닫을 리 없을 테고 손익계산이 안 맞으니 접는 거겠지.
강다짐 역시 일 년이나 장사했나 싶은데 어느 날 불이 꺼진 유리창엔 “내부사정으로 영업을 종료합니다.” 하얀 메모지가 더 하얗게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쏴하다. 몇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어두컴컴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다. 장사는 안 해도 어두움이 차지한 저 가게 계약기간까지 월세는 또박또박 나갈 텐데 걱정이다.
젊은 용기로 시작한 사업일 텐데. 비싼 수강료 내고 경험 쌓았다 생각하면 앞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아쉽다. ‘강다짐’이란 이름만큼 야무지고 알찼으면 더 좋았을걸 문 닫은 가게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젊은이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그렇지 뭐.”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 옆에 장사 잘하던 ‘명랑시대 쌀 핫도그’ 도 최근 들어 문 여닫는 시간이 들쑥날쑥하더니 어느 날은 공사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실내 인테리어가 바뀌고 있다. 망치소리 드릴소리 톱질소리라도 나니 그나마 좀 낫다, 며칠을 공사하더니 알록달록 요즘 유행하는 ‘탕후루’ 가게가 문을 열 모양이다. 장기간 인기품목이 될지 반짝 장사가 될지 모르지만 새로운 개업을 준비 중이다. 자본주의의 결실을 맘껏 누릴 사람도 있지만 점포정리하거나 폐업하고 문 닫는 가게를 볼 때마다 주제넘게 신경 쓰인다. 우리 곁에는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늘진 곳에서 우는 이웃도 있다는 걸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