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죽의 맛

콩알 하나가 영글기까지

by 수국

가을 산을 바라보며 원탁에 앉아

콧등이 백두대간을 닮은 당신을 바라본다

콩죽을 먹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땀을 콩죽같이 흘리며 일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그 맛을 논하지도 말라는 건지


어둠 속을 지나 싹트기까지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는지 여린 발에 힘 오르기까지

거친 비바람은 얼마나 거세게 몰아쳤는지

한여름 땡볕에 타는 목마름을 참아내고

가을볕에 잘 익은 얼굴을 내밀기까지

그 얼마나 오랜 시간을 참고 견뎌야 했는지

콩죽이 되기까지 잘 견딘 콩알은 할 말이 많다


물과 햇빛과 공기 개미들과도 친해져야

뿌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씻기고 불리고 까이고 갈리고 콩죽이

되기까지 얼마나 도리뱅뱅이를 쳤는지

그 맛에 대해서는 말이 필요 없다


우리는 눈을 반쯤 감고 서로를 바라보며

콩죽의 맛도 인생의 맛도 쓰다 달다 말하지 않는다

서로의 기분을 모른 체 넘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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