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시골 어느 집 풍경

by 수국

그 집에 가려면 제를 넘어

마을 간판 앞에서 비탈길을 걸어

골목 저 끝에 솟아오른 집을 향해

한번 더 올라야 한다

마당 끝에서 허리를 펴면

돌담으로 포근한 그 안에

두릅나무, 제피나무, 대추나무

촘촘한 탱자나무

자갈 틈새 뿌리내린 바랭이와

하얀 민들레, 제비꽃, 쇠비름


관정 뚜껑 위에 앉은

고양이 모녀는 때를 기다리고

닭장에는 몇 마리 닭이

'구구 구구' 모이를 먹는다

수탉 한 마리는 퍼드득

날개 치며 암탉 등에 오른다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마당에서 두 계단 높은

마루에 올라 방문을 열면

방 속의 또 방 모기장 안에는

여름밤을 지낸 한 남자가 있다

왕왕 울리는 바람 소리에

뒷문을 열면 담장을 감싼 호박 덩굴과

아기똥풀 점박이 서 너 개 달린

사과나무와 감나무 한그루가 흔들거린다

먼 길 달려온 아침햇살은

감나무잎 사이로 안방 깊숙이 찾아든다

빛줄기에 신난 작은 먼지도 나풀거리며

아침을 맞는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궁금해

리모컨을 누르던 그는 별일 없다는 듯

제자리 걷기하며 아침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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