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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Apr 14. 2017

그래. 만약은 없다.

책 <만약은 없다>

그래. 만약은 없다.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혹은 만약에 내가 몇 년이고 더 산다면, 뭐 이런 거는 없는 거다. 죽으면 죽고 살면 살고. 근데 책 ‘만약은 없다’에서 보면 그 죽음과 산다는 것 사이에 걸쳐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죽음과 삶 그사이에 애매하게 걸쳐져 죽었는지 산지 인지하기도 어려운 상태로 죽거나 살거나,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고 둘 중 하나만 선택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안간힘을 버텨 살려고 노력하는 육신을 끊임없이 죽음으로 이끌려는 마음도 있었다. 이를 읽는 나는 그 어떤 쪽에도 서있을 수 없었다.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그 사람 나름의 사정이, 끝끝내 삶을 이어가려는 사람은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삶과 죽음의 경계에는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의사는 죽음을 태연하게 마주할 줄 알아야 한다. 숱하게 마주하는 아프고 다친 이들 속에서 죽음에 가까워지려 하는 이들을 다시 삶으로 끄집어내야 하고, 혹여나 그 손이 미끄러져 죽음을 선택한 환자의 끝을 덤덤하게 외치며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숨을 거뒀다는 말을 전해야 한다. 글을 적다 보니 새삼 의사들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져 온다. ‘그게 그들의 일인걸 뭐’하는 정도로는 용납되지 않을 만큼.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인 남궁인 의사의 버얼건 눈과 퀭한 눈 밑, 다 부르터버린 퍽퍽한 입술이 눈 앞에 선했다. 고마웠다. 너무나도.


나는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건가? 싶은.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 무엇이 사는 것인지도 모르게 훌쩍 2017년도 벌써 3분의 1이나 지나버렸다. 그냥 눈만 한번 깜짝한 것 같은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언제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아주 작은 눈금들만 미세하게 움직일 뿐, 그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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