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추운 겨울이 와도 나는 너를 기억하겠지.
우리가 만났던 더운 여름날부터 나는 너와 함께하는 겨울을 상상했었으니까.
어쩌면 우리가 함께 보내게 됐을지도 몰랐을 그 겨울보다
내 상상 속에서 우리가 함께한 그 겨울이 더 아름다울지 몰라.
그래서 나는 있지도 않았을 우리의 겨울이 다가오는 게 조금 두렵기도 해.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 속에 갇혀 사계절 중 나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그 계절에게 위로받지 못할까 봐.
흰 눈을 보면서 흰 눈을 보는 게 아니라 있지도 않았던 시간들 속 우리를 떠올리게 될까 봐.
난 그게 가장 두려워.
이번 겨울이 오기 전 혹시나 네가 나에게 돌아올까.
그런 생각도 숱하게 했어.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이미 너와 나의 계절은 끝이 났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