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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지 않은 어른이 된다는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

by 오롯하게

우울하지 않은 어른이 된다는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올 해가 아무렇지 않게 끝나갈 채비를 하자, 이번 일년동안 가장 행복했던게 언제였을까 하고 떠올리니 떠오르는 것은 그저 힘들었던 순간뿐인 나에게 나 스스로가 죄스러워진다.마땅히 즐거웠던 순간도, 웃음짓던 순간들도 없었다. 무표정의 텅 빈 얼굴인 내 모습만 그려진다.


건강이 나빠졌다. 완전하게 혼자가 된 후, 나를 챙기자 싶어 하지않던 운동을 시작했고 취미가 붙어 꾸준하게 하게됐다. 혼자라도 아니, 혼자라면 더 잘 챙겨먹자 싶어 옷보다도 건강한 식재료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년이 흘렀는데, 일년을 나름 꿋꿋하게 버티며, 내가 나를 다독이며 나만이 나를 뒤에서 밀어주면서 그랬는데 그 결과는 나를 또 한번 무릎꿇게했다. 어디 한번 버틸 수 있으면 더 버텨봐, 라며 손발이 다 까진 채, 거친 돌을 짚어 올라온 나를 발로 걷어차 다시 저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버린다.


한 여름의 시원한 맥주를 참고, 바삭한 치킨을 참고 먹고싶은 것들을 먹은 순간을 손에 셀 수 있을 정도로 일년을 버텨온 대가는 지금 건강이 좋지 않으니 늘 조심해야한다는 의사의 말이었다. 내가 과연 왜 살아가고 있는건가 싶었다. 내가 살아있긴 한건가 했다.


행복이라는건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단순하고 간단한 일일 것이다. 보통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하루하루 몇 일 달과 해를 거듭하며 살아갈수록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수 도 없는 일들은 보통 아주 단순하다는 거다.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풀려고 머리를 쥐어뜯을수록 인간은 스스로를 불행하다, 운이 없다 여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건, 우울하지 않은 어른이 된다는건 꽤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삶이란 1+1=2가 아니라 우리는 보통 0.78 x 3.5204 / 1.0938 +1.4 x 5.68% - 3.1709% = ? 같은 문제들을 풀어야 하기 때문. 모든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한 가지만 놓고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일 거다. 그럴때일수록 버릴것은 버리고 쉬운 것들부터 간단하게 그리고 너무 꼼꼼하지 않게 쳐내는 것이 중요할거다. 그렇지 않으면 잔 가지들 하나하나 쳐내다 굵은 가지들이 또 하나의 나무가 되어 가시돋힌 잔가지들을 자라게 할 것이 틀림없이 때문.


생각보다 삶은 복잡할수도, 억울하리만치 단순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먹고싶은거 먹고 하고싶은거 하며 그 가운데 종종 하기싫은 일들과 하기 힘든 것들을 끼워넣어, 삶이 복잡해도 나는 단순하게 살아보련다 하는 마음가짐이 우울한 어른을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줄 숨구멍을 틔워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울하지 않은 어른이 된다는건 너무나도 어렵지만, 자꾸 조금씩 웃다보면 조금 덜 우울한 어른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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