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언젠가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아이유가 새해 선물같은 조각집을 냈다. 사실 그동안 아이유가 조각집에 실은 작은 곡들을 이곳 저곳에서 조금씩 불러줬을 때마다 늘 음원으로 듣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서인지 그녀의 조각집은 작고 반짝이는 선물같았다. 그중 기억이 나는 몇 노래에 대해 조금 적어보려한다.
조각집에 실린 첫번째 노래. 드라마. 그 노래를 듣고있자니 살아가기 바빠 잊고있던 사랑이 생각났다. 아, 나도 이렇게 사랑한적이 있었지 하는 그런. ‘다시 누군가 사랑할수있을까. 예쁘다는 말 들을 수 있을까. 하루 단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 힘을 다해 빛나리’ 그녀가 적은 그 가사가 마치 내가 어떤 순간에 문득 떠올렸던 내가 할 사랑에 대한 의구심 같은 것 같아서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또 어떤 조각집의 노래. 러브레터. ‘골목길 머뭇하던, 첫 안녕을 기억하오. 그 날의 끄덕임을 난 잊을 수 없다오.’ 길가에 내린 새벽. 그 고요를 기억하오. 그 날의 다섯시를 난 잊을 수 없다오.’ 이미 끝나버린 사랑이든, 그 끝이 무던했던 악랄했던 다시는 떠올리고싶지 않던. 모든 사랑의 시작은 늘 고요하고 설레고 뜨거웠다. 나 또한 그랬다. 지금은 떠올리고싶지도 않은 이들과의 기억들의 첫 바퀴를 돌아보면 그 시작은 늘 그녀의 노래처럼 고요하고 설레고 뜨거웠다.
‘반듯하게 내린 기다린 속눈썹 아래, 몹시도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에 이따금 불러주던 형편없는 휘파람에, 그 모든 나의 자리에 나 머물러 있다오’
언젠가 마음을 나누던 누군가와 헤어질때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걸까. 하고 생각해봤던 적이 있다. 그저 이별을 할 뿐이었는데 누군가 가슴을 세게 내리친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다시는 느끼고싶지 않은 고통이기도 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때 결론은. 그저 그 사람과 헤어지는 것 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온 마음을 나누며 행복해하고 슬퍼하기도 했던 나를 그 자리에 두고오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결국 한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었다. 뱀이 허물을 벗고 나오듯, 그때 그 시간속에 나를 그대로 두고 오는 것이다. 그러니 가슴이 찢어지듯 아플 수 밖에. 다시 다른 누군가와 사랑을 한다고 해도 지나간 사랑들과 그 시간과 향기와 색들과 같을 수 없다는걸 너무 잘 알기 때문.
덧붙여 그녀는 노래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을 적어내려가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어떨때는 나의 삶을 대신해서 적어내려가주는 것 같아 고맙고 울컥한다. 그녀의 조각집을 들으며 나도 다시한번 나의 삶을 적어내려가보려 한다. 그녀의 조각집은 노래이듯, 나의 조각집은 이렇듯 적어내려가는 글일 것이다. 나의 글도 그녀의 조각집처럼 누군가의 삶을 함께 적어내려갈 수 있는 그런 글이길 바라며. 올 해에는 삶을 적어내려가는 순간을 많이 갖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