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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an 01. 2022

나의 조각집

나도 언젠가 사랑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아이유가 새해 선물같은 조각집을 냈다. 사실 그동안 아이유가 조각집에 실은 작은 곡들을 이곳 저곳에서 조금씩 불러줬을 때마다  음원으로 듣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서인지 그녀의 조각집은 작고 반짝이는 선물같았다. 그중 기억이 나는  노래에 대해 조금 적어보려한다.


조각집에 실린 첫번째 노래. 드라마. 그 노래를 듣고있자니 살아가기 바빠 잊고있던 사랑이 생각났다. 아, 나도 이렇게 사랑한적이 있었지 하는 그런. ‘다시 누군가 사랑할수있을까. 예쁘다는 말 들을 수 있을까. 하루 단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 힘을 다해 빛나리’ 그녀가 적은 그 가사가 마치 내가 어떤 순간에 문득 떠올렸던 내가 할 사랑에 대한 의구심 같은 것 같아서 입꼬리를 씰룩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또 어떤 조각집의 노래. 러브레터. ‘골목길 머뭇하던, 첫 안녕을 기억하오. 그 날의 끄덕임을 난 잊을 수 없다오.’ 길가에 내린 새벽. 그 고요를 기억하오. 그 날의 다섯시를 난 잊을 수 없다오.’ 이미 끝나버린 사랑이든, 그 끝이 무던했던 악랄했던 다시는 떠올리고싶지 않던. 모든 사랑의 시작은 늘 고요하고 설레고 뜨거웠다. 나 또한 그랬다. 지금은 떠올리고싶지도 않은 이들과의 기억들의 첫 바퀴를 돌아보면 그 시작은 늘 그녀의 노래처럼 고요하고 설레고 뜨거웠다.

 ‘반듯하게 내린 기다린 속눈썹 아래, 몹시도 사랑히 적어둔 글씨들에 이따금 불러주던 형편없는 휘파람에, 그 모든 나의 자리에 나 머물러 있다오’

언젠가 마음을 나누던 누군가와 헤어질때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걸까. 하고 생각해봤던 적이 있다. 그저 이별을 할 뿐이었는데 누군가 가슴을 세게 내리친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진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다시는 느끼고싶지 않은 고통이기도 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때 결론은. 그저 그 사람과 헤어지는 것 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온 마음을 나누며 행복해하고 슬퍼하기도 했던 나를 그 자리에 두고오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결국 한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었다. 뱀이 허물을 벗고 나오듯, 그때 그 시간속에 나를 그대로 두고 오는 것이다. 그러니 가슴이 찢어지듯 아플 수 밖에. 다시 다른 누군가와 사랑을 한다고 해도 지나간 사랑들과 그 시간과 향기와 색들과 같을 수 없다는걸 너무 잘 알기 때문.


덧붙여 그녀는 노래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을 적어내려가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어떨때는 나의 삶을 대신해서 적어내려가주는 것 같아 고맙고 울컥한다. 그녀의 조각집을 들으며 나도 다시한번 나의 삶을 적어내려가보려 한다. 그녀의 조각집은 노래이듯, 나의 조각집은 이렇듯 적어내려가는 글일 것이다. 나의 글도 그녀의 조각집처럼 누군가의 삶을 함께 적어내려갈 수 있는 그런 글이길 바라며. 올 해에는 삶을 적어내려가는 순간을 많이 갖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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