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가 벌써 3월이다. 특별하다 여겼던, 기다리고 기다렸던 2022년임에도 사실상 그간 지나왔던 다른 해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서른이 된 해라고 생각하면 문득 특별한 해 같기도. 2021년 한 해동안 날 지독히도 괴롭히던 이직이라는 문턱을 넘으니, 역시나 인생은 늘 그렇듯 다른 과제를 안겨준다. 그럼에도. 몸과 정신마저 너무나 힘들어 투덜거림을 입에 달고 지냄에도 또 죽으란 법은 없으란듯이 칼바람이 부는 한 겨울, 길거리에서 발견한 붕어빵 포장마차같은 디렉터를 만나 30년 처음으로 너무나 감사한 가르침을 받고있고, 눈만 마주쳐도 뒤로 넘어갈 듯 웃을 수 있는 마음이 통하는 동료들을 만났다. 삶은 늘 이렇듯 날 약올린다. 그리고 또 그게 싫지만은 않다.
매일 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눈물을 흘리며 잠들던 2021년 그 무수히 괴롭고도 먹먹하던 밤들이, 이제는 떠오르지도 ‘못할’만큼 바쁘고 다채로운 하루들이 차오른다. ‘성장하고싶다 이대론 안된다 이렇게 살 순 없다’ 매일 이런 생각들에 사로잡혀 그물망에 걸린채 바둥거리는 물고기처럼, 그러다 모든걸 체념한듯 축 쳐져버리곤했던 그 슬픈 시간들이 또 이렇게 없었던듯 존재를 감췄다. 지나온 시간들중 이악물고 버텨야 하는 힘든 순간들은 보통 적당한 시간을 살고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곤 했는데, 지난해는 그게 죽질 않아 나 자체가 된듯한 느낌이 드는 정도였다. 내 옆에있다 나에게 스민듯. 그리고 지금을 이 순간을 보면 ‘아, 결국 그게 숨을 거두기는 하는구나. 지난번에 찾아온 그 녀석은 수명이 좀 길었구나. 스민게 아니라 그저 너무 오래 곁에 있어 하나가된 느낌을 받은거였구나’한다. 이제 또 어떤 힘든 순간이 올진 모르지만 그게 와도 그래. 언젠간 사라지는구나 하는 공식을 얻은 듯 하다. 그래. 삶은 이렇게 흘러가는 거겠지. 힘든 순간들이 사라진다기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행복하고 웃음넘치는 순간들의 모양도 모두 다르게. 이렇게 날 만나러 오겠지.
2022년을 지나 2023, 2024, 2025년 그 모든 해들이 오면 그때의 나는 지금과 같이 특별했던 2022년 올해를 기억하며 웃고있겠지. 한다. 또 매일 밤 멍하니 컴컴한 천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순간이 와도 그때의 내가 이 글을 보며, 모든 순간은 지나간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보자며 그렇게 나를 도닥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보게되는 몇몇 이들이 만약, 사라지지 않는 고난과 눈물에 좌절로 가득한 순간에 갇혀있다면 이 글이 정말 아주 조그만한 동그라미만큼이라도 위로가 되길 하는 마음이다. 지금 당신이 힘든 그 순간들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아름다운 순간들이 당신에게 다가오고있는 중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