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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Aug 04. 2022

매미가 운다는건, 곧 가을이 온다는 말.

매미가 운다. 여름이 왔다는 소리다. 장마가 다 끝나고서야 목청을 틀 줄 알았던 매미들이 성큼 동네로 걸음을 옮겨 소리를 낸다. 출근할 때에는 블라인드를 모두 내려 해로 집이 덥혀지지 않도록 하고 에어컨 대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가는데,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 시끄러운듯 고요한 매미소리를 들으며 잠자고 있을 나의 강아지를 떠올릴 수 있다.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아래 몸을 뉘인채 새근거리며 나를 기다리고있을 나의 강아지. 그런 계절이 왔다.


사실 매미가 썩 반갑지만은 않다. 매미소리는 너무 가까이서 듣지만 않으면 백색소음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줘서 그 소리가 은근하게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 흉해서 나의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는 순간마다 바닥과 나무를 피해다니기 마련이다. 한참을 기다리다 고작 10일정도 살다가는 매미에게 너무한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싫은건 싫은거라 나로써는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매미가 운다는건 정말 여름이 왔다는 말이고, 여름이 왔다는 말은 곧 여름이 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매미소리는 나에게 반가운 소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껏 살면서 정리된것들 중 한가지 확실한게 있다면, 뭐든 좋은게 오면 좋지 않은것 또한 온다는거다. 반대로 좋지 않은것이 오면 곧 좋은것이 온다. 돈이 들어오면 나갈 일이 생기고, 누군가를 만났다면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헤어지기 마련이다. 물건을 사도 수명을 다해 버릴일이 오고 비가 온 다음날은 그 언제보다 맑은날로 다음날을 선사한다. 


그러니 내가 이토록 힘들어하는 여름이 왔다는 매미소리는 곧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올거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 그러니까 무언가 찾아온 것들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을 마음에 새기면 힘들일도 잘 버텨낼 수 있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랄까.


매미가 낮이고 밤이고 목청껏 울고있으니 이제 곧 가을이 올거다. 가을이 오면 또 겨울이 올거다.

그렇게 내가 애틋하게 기다리는 추운 날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눈물나게 덥지만 한 번 이겨보자 마음먹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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