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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Dec 02. 2022

죽음의 물음에, 삶이 답한다.

책 <죽음이 물었다>가 말해주는 삶과 죽음.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만약 3일 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떠올려보라. 어떤 이는 3일을 온종일 가족 혹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겠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을 최대한으로 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을 먹을 거라고 하는 이도, 보고 싶었지만 바빠서 못 봤던 영화를 보겠다고 하는 이도 있을 거다. 혹, 어떤 이는 나에게 남은 날이 3일밖에 되지 않느냐며 억울함에 울부짖은 채로 그 시간을 모두 써버릴지 모른다. 우리는 이런 날들을 살아가고 있다.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했다면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할 기회를 가질 가망도 없다.


책 <죽음이 물었다>는 이렇게 말한다.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했다면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할 기회를 가질 가망도 없다." 의미 있는 삶이란 뭘까, 또 의미 있는 죽음은 뭘까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은 산다는 것에만 집중하여 죽음은 아주 먼 이야기 혹은 나에겐 절대 닥쳐오지 않을 어떤 판타지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본인들의 삶으로 채워나가고 싶은 꿈같은 일들을, 그저 당장 해야만 하는 어떤 작은 일들로 합리화하여 죽은 삶을 살아간다. 나 또한 지금 닥친 삶에 대해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을 생각하지만, 그 삶에 패키지로 붙어있는 죽음에 대해서는 여직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삶은 날마다 일어나는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내게 남은 얼마가 될지 모르는 시간들을 지금처럼 산다면,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와 눈을 감는 순간 내 머릿속은 온통 후회로 가득 차지 않을까. 너무나 극명하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의 삶이 나쁘고 잘못되었다기보단, 지금의 상태는 삶을 산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남은 시간을 별 의미 없는 순간들로 꾸역꾸역 채운다는 느낌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쓰는 것이 아닌, 그저 흘러가는 무수한 시간 속에 내가 둥둥 떠있는 느낌이랄까. 더 이상 이렇게 나의 삶을 쓸 수 없었다. 죽음은 늘 도처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죽음이 내 손을 잡고 삶의 문을 닫고 나가는 그 순간까지 아무 의미 없는 순간들로 한 번뿐인 나의 생을 채울 수 없었다.


지난 10월 '그런데도, 너는 아직도 왜 살고 있냐'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런 문장을 썼다.

'매일 하루의 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하루에 태어난다.'

우리는 하루를 살고 하루를 죽는 것처럼 이 소중한 삶을 메꿔나가야 한다. 한 시라도 더 늦기 전에 삶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 내 삶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야만 했다. 삶의 태도가 바뀌었다. 삶의 태도가 바뀐 것은 곧 죽음에 대한 태도도 바뀐 것이다. 삶은 본래 죽음과 하나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책 <죽음이 물었다>는 결코 죽음에 관한 책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무엇으로 주어진 삶을 채워나갔을 때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안내도 같았다. 하고 싶은 일을 그저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지 않고, 보고 싶은 사람들과의 시간을 언제든 보낼 수 있다 가벼이 여기지 않고, 지금 내가 이 한 번뿐인 삶을 무엇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지 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삶과 죽음은 결코 동떨어져있는 세계가 아니다. 내가 아끼는 모든 이들이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그들의 삶을 그들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이끌고 모든 삶의 순간들을 그들이 원하는 것들로 채워넣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야 죽음이 왔을 때 그들 스스로의 삶을 놓아줄 수 있다.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겨울이 가기 전, 새로운 싹이 움트기 전에 우리의 삶에 자리했던 많은 순간들을 돌아보면 어떨까. 삶만큼이나 죽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스스로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곧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일임을 <죽음이 물었다>는 말해준다.

책 <죽음이 물었다>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질문들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당신은 지나가는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할 생각인가.
지금 지나가는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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