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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ul 23. 2023

검은 밤

검다못해 시리도록 시퍼런 하늘위로 날갯짓하는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머리 위로 덮힌다. 까-악 하는 소리가 그 검고 푸른 하늘을 더 새까맣게 울린다. 우웅 거리며 메아리처럼 울리는 까마귀의 그 울음소리가 세상은 이미 이토록. 짙게 어둡고 푸르게 검다 못해 붉게 물들거라 외치는 듯, 소름이 끼쳐 코까지 끌어올렸던 이불아래로 더 깊숙히 몸을 숨긴다.


죽을 것 같은 밤을 지나면 다시 살아내라는 아침이 오는 데, 오늘은 밤과 아침 사이에 걸터앉은 붉은 새벽에 옷자락이 걸려 아침으로 올라서지도, 밤으로 떨어지지도 못한 채 오감으로 새벽을 마주해야한다. 그 날카로운 새벽을 손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텨내다, 손톱이 들리는 것도 모른채, 손톱 끝으로 바둥거려도 두 눈은 결코 세상을 마주할 수 없어 그저 그 소름돋게 추운 푸른어둠에 나를 숨기게 된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손전등을 탁- 탁- 갈라진 나무탁자에 쳐내어 빛을 내고 한 걸음을 딛는다. 까맣고 뿌연 눈 앞은 갈라진 빛줄기를 만나 존재감을 드러내기 바쁘다. 눈 앞은 밝아졌으나 한결 더 탁해져 맑아질 생각조차 없어보인다. 그래도 걷다보면 뭔가 나오겠지, 나가는 곳이 반드시 있겠지 싶어 내딛는 발걸음에 한 방울, 두 방울 자신을 담는다. 나아가는 순간에도 조심해야만 한다. 비뚫어진 나무조각을 밟아 넘어질지 모른다. 날카롭게 찢어진 나무조각이 어딘가에 깊게 박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지 모른다. 신발은 없다. 그저 빛조차 얼마 남지 않은 손전등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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