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지는 듯 빨간 아침이었다.
늘 규칙적으로, 이른 시간에 잠드는 탓에 남들이 단잠에 빠져있는 새벽시간에 눈이 떠지곤 했는데,
그날은 '내가 저녁까지 잠을 잤나'싶을 정도로 빨간 석양이 방 안으로 스미고 있었다.
아침은 환하고 밤은 짙다.
새벽은 파랗고 저녁은 붉다.
누군가 정한 것도 아닐 텐데 각자의 색을 어김없이 지키는 아침과 밤과 새벽과 저녁처럼,
아마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각자의 색을 지켜내고 있을 거다.
누군가는 옅은 하늘빛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짙은 검정으로.
내가 많이 사랑했던 그 남자는 갓 딴 감귤처럼 노랗고
나를 더 많이 사랑했던 이 남자는 석양의 자줏빛으로.
누군가는 나와 섞여 검정이 되고, 누군가는 나와 섞여 밝은 빛으로 빛날 거다.
묵묵히 각자의 색을 지켜내는 이 세상같이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각자만의 색을 지켜내어
하나의 빛에서 태어난 이 세상이 언제나처럼 다채롭길.
언제나처럼 빛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