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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ul 12. 2023

가끔 영원히 이 아침이 끝나지 않았으면,

가끔 영원히 이 아침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때가 있다. 사실 자주 그렇다. 

언젠가부터 아침은 늘 벅차도록 사랑스러웠다.

더운 낮과는 다르게 시원한 바람이 불고, 사람들이 지친기색 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으로 가득하다. 깨끗하게 차림새를 하고 나온 사람들의 모습과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내가 적어내려가는 다이어리의 매끈한 종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써지는 검정색의 볼펜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순간처럼 남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온도가 낮은 에너지로 가득 찬 느낌을 당신은 알까? 더위에 취약한 나에게는 온도가 살짝 낮은 에너지야말로 나를 최적화된 상태로 끌어올려준다. 차분하지만 활력이 넘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점점 많아지지만 그 모든 생각들을 온전히 내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해가 쨍쨍한 밝은 날보다 해가 구름에 가렸지만 날은 밝은, 누군가는 우울해지는 날씨라고 말하는 그런 흐린날들을 기대하고 또 사랑하게 됐다. 어쩌면 내가 더운 여름보다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쉴 수 있는 추운 겨울을 애정하는 이유는 서늘하고 차가운 에너지가 나를 그 무엇보다도 차분하고 강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인것같기도 하다.


오늘 아침은 유난히 차분하고 유난히 서늘했다. 밤새 내린 비에 잔뜩 열을 올리고 있던 공기가 한 숨을 내쉬었기 때문이겠지.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침을 사랑하는 이유는 밤이 있기 때문이고,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기다리는 이유는 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있기때문일거다. 모든것은 같다. 그렇다면 모든것은 완벽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아침은 완벽하리만치 아름답지만 아마 앞으로 이 완벽하도록 아름다운 아침들이 줄을지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앞으로도 다가올 무수한 나의 아침에 뜨거운 고마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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