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조용하다. 이 세상에 나 혼자 남은듯, 모두가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져버린 듯 고요하기만 한 세상이다. 지금은 꿈일까, 현실일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조용한 세상이 새삼 낯설다. 나뭇잎끼리 스치는 소리라던지 매일 아침 지저귀던 작은 새들도 오늘은 다같이 약속이나 한 듯 조용만 했다. 이른 새벽, 조용한 세상에 나 혼자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쿵쿵 울릴까싶어 나즈막하게 발을 딛어가며 걸음을 이어나갔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지 않도록 바닥에 뒹구는 마른 나뭇잎을 밟지 않으려 했고, 내쉬는 한 숨이 조용한 세상을 깨울까 얕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조용한 세상이 깨지 않도록, 이 꿈같은 세상이 줄곧 내 곁에 남아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