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여기 생맥 하나 주세요.

by 오롯하게

“그래서 어떻게 됐데?”


주아와 승철이 파혼했다. 7년 연애를 했는데도 파혼을 하다니.

잘 싸우지도 않던 애들이다.


“자세히는 나도 몰라. 마음 좀 정리되면 우리한테 말 하겠지 주아가.”

남 얘기라 알아도 모는척이 상책이다.


“에휴, 연애할 때 만났다 헤어졌다 했던 애들도 아닌데, 그렇게 단 칼에 파혼할 줄은 몰랐네.”

“그러게. 뭐, 사람 일은 모르는거니까.”

“근데, 그럼 둘 중 하나가 아주 큰 잘못을 했다는거 아닐까? 승철이 그새끼 바람핀거 아니야? 대박. 주아가 핀거 아니야? 그때 그 회사 대리님 괜찮다고 그랬었잖아. 유부남 아니었나?”

남 얘기라면 눈에 불을켜고 달려드는 지수한테는 10년지기라도 가끔 정이 떨어진다.

“됐고, 그나저나 너는 헤어지기로 한거야?”

“아 몰라. 개새끼 진짜. 술 땡긴다. 술이나 마시자. 사장님!”

자신의 이야기로 방향을 틀자 금새 입을 다문다.

갑자기 확 질려버린 느낌에 집에 가고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안되겠다.


“나 한시간 밖에 없는데 괜찮아?”

“아 왜, 무슨 한시간이야. 한시간만에 술을 무슨 재미로 마셔.”

이럴 때는 거짓말인걸 알아도 당해줄 수 밖에 없는 카드를 내민다.

“집에 엄마 왔데.”

“아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지..주아한테 연락 해볼까..”

“야, 무슨. 제주도 간 애를 불러다 술을 마셔.”

“제주도 간지 니가 어떻게 알아? 연락도 안된다며.”


망했다. 시시콜콜 자기 아픈 얘기를 물어보는 지수한테 질린 주아가

나한테만 연락하는걸 들킨거다. 어떡하지.

“너네 우리 단톡방 말고 갠톡으로 연락해? 나 빼고?”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더는 피곤해서 안되겠다.

내가 입을 다물고 말을 않자 세상 제일 큰 후라이팬으로 뒷통수라도 맞은 표정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연락 하지 마라 진짜. 둘 다 존나 어이없네.”


지금 이 순간 속이 시원하다면 들킨게 차라리 잘 된것 같기도 하다.

10년동안 한 번을 싸우지 않고 지냈던 우정도 생각보다 쉽게 꺠지는구나 싶은데,

까스활명수를 박스채 마신 기분이다.

파혼한 주아가 속이 시원하다며 생맥 500을 원샷하고 다음날 홀가분하게 제주도로 떠난 느낌이

바로 이거였구나.

속이 다 시원하다.


“사장님, 여기 생맥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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