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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Oct 28. 2023

내가 나를 잊게되면서도 또 찾게 만드는 것들.

사랑,

혼자서 늦은 밤거리를 걷고싶었다.
도로 위 차들도 지나지 않고, 새들의 날갯짓마저도 잠든 적막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그런 늦은 밤이면 나에게 느껴지는건 서늘한 공기가 스치고 지나간 차가운 뺨의 온도와 어쩌다 부는 바람들에 서로의 몸을 비비는 나뭇잎 소리, 갑자기 내려간 온도에 서럽다는듯 울분을 토해내는 풀벌레들의 한숨 소리. 그런 것들 뿐이다. 그럴때면 내가 무엇인지, 나의 뺨이 나인지, 그 위의 차가운 온도가 나인지, 슥슥 비벼지는 나뭇잎들의 마찰 소리가 나인지 온통 세상이 나인 것 같아 영원할 것 같은 평온이 나를 찾아온다.


아마도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라 혼자서 그 밤거리를 걷고싶은 이유는 저런 것들 때문일거다.

내가 나를 잊게되면서도 또 찾게 만드는 것들. 그게 내가 추운 계절을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이유일거다.

나의 온 피부가 차가운 공기와 맞닿아 감각이 없어지면 이 거대한 세상이 모두 나인 것 같은 웅장함과

나를 잃어버린 듯 한 소실.


그 순간 나를 찾아오는건 사랑.

까마득하고 광활한 사랑 뿐.

그러면 내가 이 세상에 돌려줄 것들 또한 사랑,

웅장한 사랑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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