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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Nov 20. 2023

결혼식이 말하는 미개함.

결혼식을 보는 내내, 이 모든 상황이 미개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아릴 수 없이 넓은 우주 안에 먼지보다도 작은 인간들이 각자가 세워둔 사회적 규율 속에서 마치 기계의 한 부품들 처럼 웃고 박수치는 모습들. 그런 모습들은 나에게 미개함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 자리가 불편했다. 물론 결혼식을 올리는 두 사람이 행복하게 남은 평생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별개였다.

예의를 차려야하는 불편한 옷을 입어야 했고, 나에게 중요한 할 일들을 미루며 기꺼이 그곳에 가야했고, 입맛에 맞지않는 음식들을 조금이라도 먹어야 했으며 더 의미있게 보낼 수 있었던 시간들을 써야만 했다. 축하하지 않는 마음과는 다르다. 그 부분이 미개하다 느껴졌다. 축하하는 마음이 많다고 하여 그 자리에 가야만 하고, 축하하는 마음이 없어 그 자리에 가지 않는다는건 너무나 단순한 1차원적인 문제였다. 그렇다면 꼭 둘의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을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나의 가치와 불편함들로 대가를 치뤄야 하는 걸까. 


드러내지 않고 전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를 수 있다. 마음이 그렇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누군가의 축하를 받기위해 또는 하기위해 치루는 것이 당연해진 사회적 행동들이 어쩌면 정말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나에게 나타난 이 생각과 감정들은 이제는 서로가 멀리 있어도 충분히 서로를 보고 들을 수 있는 문명의 빠른 발전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난 그저 모든 것들에 진심만이 충만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리고 그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더이상 국가적 사회적 틀에 갇혀 진심의 진심이 무시당하지 않고, 진심없는 진심이 박수받지 않는 순간이 모두에게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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