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by 오롯하게

내가 막 잠이 들려고 할 때요.

그때 당신이 내 옆에서 종알종알 이야기를 하면

그날 밤 내 꿈은 당신으로 가득해져요.


언젠가, 아주 더운 여름이었어요.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했는데

알잖아요. 나는 더운 걸 견디지 못하고

당신은 추운 걸 견디지 못하는 거.


그날 진 사람은 나였어요.

다음날 일정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선풍기 바람으로는 성에 차질 않아 한참을 뒤척이는 나에게

당신이 해준 그 이야기 기억나요?

북극곰 이야기요.


추운 겨우내 얼음 위에서 사는 북극곰이

봄과 여름이되면 녹아내린 얼음에 굴을 만들어

그 안에서 여름을 난다고 했잖아요.

씻고 나와 바짝 말린 내 머리칼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작은 땀방울들에 젖어 내 이마 위에 달라붙었을 때,

당신은 그 머리칼들을 하나하나 떼어내며

침대 옆 협탁에 놓인 읽다만 편지로 부채질을 해줬잖아요.

내가 잠이 들 때까지요.


그날 밤 꿈에서는 내가 북극곰이 되었는데요,

반짝이고 시원한 얼음 굴 안에서 추워하는 당신을 내가 품에 가득 안고 있었어요.

그러면 당신은 언제 추웠냐는 듯 따뜻하게 내 품에 안기고,

나는 한참을 시원한 얼음굴 안에서 그렇게 당신을 안고 있었어요.

나에겐 덥고 당신에게는 추웠을 그 긴 밤이 지날 때까지요.

그 더웠던 여름날이 나에겐 태어나 가장 시원했던 여름밤이었어요.


그래서 다짐했어요. 추운 한 겨울에는 내가 그 어떤 것보다도 당신을 따뜻하게 해주겠다고요.

당신에게 내가 그 어떤 핫팩보다도 따뜻한 핫팩이었으면 해요.

한여름에도 차기만한 당신의 손을 내가 늘 잡고있을게요.

언제까지나 나의 얼음굴이 되어주세요.


그래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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