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놓은 지 어언 1년이 넘어갔습니다.
새하얀 종이 위를 새까만 필자로
세상을 버틸 수 있는 이야기를 쓰겠다던 그때의 포부는
구둣발에 채이는 한낱 들꽃처럼
푹 시들어버린 듯했습니다.
그렇게 까맣게 뭉개진 들꽃처럼
어느 날은 그저 아스팔트 먼지인 듯,
또 어떤 날은 잔뜩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덮여
그 흔적도 찾지 못하는 무언가처럼 살다가
이제서야 빼꼼
그 마음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듯합니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묵묵히 곁에 있어준 당신 덕분일 겁니다.
상황이 어려워지고 예상 못한 비바람이 들이칠 때일수록
중심을 잃지 않고 꼿꼿하게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는 당신의 말이
한편으론 서운하게 들려왔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결국 내가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 서있게 해준건
어떤 상황에서건 변함없이 내 곁을 지킨
당신의 꼿꼿함이었습니다.
당신의 꼿꼿함이 날 굳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펜을 들어보려 합니다.
이리저리 휘둘리며 한참을 방황하던 내가
어딘가에 기대 살아남으려 하지 않고
아스팔트 사이에도 꽃이 피어나듯
그렇게 나를 믿고 다시 한번
피어나보려 합니다.
어찌 됐건 내 옆엔 언제나
당신이 함께일 테니까요.
굳건히,
같은 자리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