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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일.

당신의 사랑을 내내 입안에 굴립니다.

by 오롯하게

당신은 모를겁니다. 난 우리가 함께있던 시간 내내 당신이 나에게 줬던 사랑을 몰래 주머니에 담아와 매일 아침 조금씩 뜯어먹습니다. 당신이 주던 눈빛과 온기와 나를 위해 기꺼이 내어준 귀한 마음들을 몰래몰래 꿍쳐놓고는, 그게 너무 달아서 아주 조금씩 입안에 넣고 사탕을 굴리듯, 그렇게 온종일 마음속에 굴리곤 합니다. 데굴데굴 구르던 그 마음은 매일 밤, 지친 나에게 잠들기 전 자장가처럼 나를 토닥거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건 이렇듯 흘러넘치는 마음들을 하얀 종이 위에 검정의 활자로 꾸역꾸역 옮겨담는 일입니다. 저는 매번 당신이 제 마음에 숨막혀 헐떡일까봐 소심한 마음을 꾸역꾸역 눌러담아왔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담아준 사탕들을 입에 굴리다보면 어느샌가 눌러담을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마음이 울컥, 눈물을 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당신은 나에게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을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귀한것인지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라는걸 알고 계실까요. 넘치게 주어도 아깝지 않고 어쩌면 조금 손해를 봐도 내가 훨씬 더 행복하다 생각이 들게해주는 당신에게 매번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는걸 알고 계실까요.


갑작스럽게 내리는 눈이나 꽃샘추위라기엔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도 우리는 이제 곧 봄이라는 사실을 알고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만나기 시작했던 날들부터 우리는 줄곧 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날이 따뜻해지는 날들 동안에도 조금 더 빠르게, 뜨겁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준 사랑이 온통 녹아 나를 끈적여도 난 한없이 기쁜 마음으로 내내 달콤하기만 할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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