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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문숙 Feb 10. 2016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혜민스님

                                                                                                     

몇 년 전인가 서점에 가면 항상 보이던 책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도 어김없이 첫 화면에 떠 있었지요. 하도 자주 보여서 책을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익숙해져서인지 그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거나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 년에 걸쳐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을 아직도 읽지 않았습니다. 



혜민스님의 신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어보겠느냐는 제의를 받았을 때 잠시 망설였어요. 그분의 전작을 읽어보지도 않았을뿐더러 분명 곱고 단정하게 화장을 했겠지만 결국 그렇고 그런 잔소리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죄송합니다)이 잠깐 들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다음 순간 생각난 책이 있었어요. 바로 ' 심플하게 산다'라는 책이었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잖아요. 간단하고 명료하게,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데 그리고 그 방법도 다 아는데 생각만 할 뿐 물건과 관계와 추억에 짓눌려 허둥대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지금도 빽빽하게 들어찬 책장에 책 한 권 더하는 일밖에 더 되겠나 했다가 읽고 나서 오히려 책장이 가벼워졌던 경험이 생각난 거죠. 그래서 덜컥 보내주십사하고 답을 했습니다. 그렇게 혜민스님을 알게 된 건 명절 전이었어요.




아주 단순해요.

사랑은 이해를 초월한다는 말씀, 그게 전부입니다.
우린 모두 어딘가 모자라기 마련이고 그건 숨긴다고 해서 감추어지지 않으며 세월이 지나도 채워지지 않으므로 지금 그 모습대로, 즉 모자라는 그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는 거예요. 어려운 말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사실 몰라서 못하나요? 책상이 지저분하면 마음까지 지저분해지니까 치우자. 쓰레기는 버리고 다 읽은 책은 책장에 꽂고 연필과 지우개는 필통에 넣고 이런 식입니다. 나는 나를 조금 더 사랑해줄 필요가 있고 그걸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겠다고 매일 다짐만 하던 사람에게 저자는 얘기해줍니다. 살면서 가끔은 나를 위한 소박한 사치를 허락하라고요. 꽃을 사고 치즈 케이크를 먹고 등산양말을 산다든가 하는 소박하고 구체적인 처방을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들려주지요. 살면서 나를 이유 없이 괴롭히거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다'라고 하랍니다. 다 알아줄 것 같은데 몰라줘서 서운할 때 있잖아요. 그냥 말하면 된답니다. 오랫동안 같이 했으니까 표현을 안 해도 그냥 다 알겠지 하면 그냥 다 모른다고 적고 있습니다.


                                                                                                    


명절 준비, 만만한 게 아닙니다.

하느라고 해도 놓치는 게 있고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도 몸이 피곤해지면 마음도 비뚤어져서는 말에도 날이 서고 표정도 일그러지기 일쑤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버텼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즐겁기만 한 날들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녹두를 지나치게 갈아서 핫케이크처럼 반질거리면 어떻고 시금치가 조금 무른들 무어 그리 대수라고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며 두부가 모자라면 나가서 사 오면 되고 일이 안 끝났으면 차례 시간을 조금 늦추면 될 일이 아닌가 말입니다. 아무 때 아무 페이지를 펼쳐서 읽어도 괜찮았습니다. 몇 장 넘기다 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했어요. 사실 읽자고 앉으면 한두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가끔 던지는 농담도 맑습니다. 앙금이 남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이번 명절은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고 한다면 과장일까요?

나온 지 오래 지났지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읽어 볼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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