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문숙 Mar 07. 2016

2016.3.7 - 바나나의 변신은 무죄

                                                                                                             바나나 껍질에 또 반점이 생겼다. 바나나를 살 때마다 너무 많다는 생각은 들지만 가격표가 붙어있는 채로 바구니에 담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평소보다 더 많이 남았다. 평소보다 많은 양을 평소와 같은 가격으로 세일하길래 집어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바나나를 세일한다고 해서 평소보다 더 많은 바나나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 것. 어쨌든 바나나를 처분해야 한다는 핑계로 바나나 머핀을 구웠다는 이야기.



바나나 4개의 껍질을 벗겨 볼에 담고 으깬다.

조각이 좀 남아도 괜찮으니 대충 으깨는 정도면 충분하다.



으깬 바나나에 버터 녹여서 90그램, 달걀 1개, 설탕 100그램을 넣고 잘 섞이도록 젓는다.



밀가루 200그램, 베이킹파우더 1 티스푼, 베이킹 소다 1티스푼, 소금 1/2스푼을 체에 쳐서 바나나 반죽과 섞고 시나몬 파우더 1 티스푼과 바닐라 에센스 약간을 넣고 잘 저으면 반죽이 완성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머핀 틀은 6개짜리.
머핀 반죽을 만들면 꼭 10개가 나온다.
보통 12개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많은데  그런 레시피의 계량을 그대로 따라 해도 난 항상 10개다.
욕심이 많으니 머핀컵에 반죽도 많이 담는구나.



그래서 오늘도 바나나 머핀은 10개다.



바나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은근한 달콤함에 끌려 차 쟁반을 꺼냈다.
차가 우러나길 기다리다가 문득 깨달은 사실 한 가지.
식사 준비 혹은 뭐가 먹고 싶다는 식구들의 주문 이외에
내가 스스로 음식을 만드는 이유는 먹기 외의 다른 곳에서 온다는 것. 

골치 아픈 일에서 도망갈 필요가 있을 때
출장 후의 긴장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책이나 영화에서 읽고 본 것을 흉내 내고 싶을 때
마음을 흔드는 책 읽기 후에 진정제가 필요할 때
말하기 싫고 듣기 싫고 보기 싫을 때
무언가를 기다릴 때
심심할 때
호기심으로

그러니까 빵 굽고 초절임 만드느라 보내는 시간이 일이 아니고 놀이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매일 되풀이하는 밥 짓기, 반찬 만들기, 설거지는 자주 꾀가 나고 하기 싫어 심술을 부리다가도
기꺼운 마음으로 다리가 붓고 손목이 시큰거릴 때까지 반죽을 하고 쿠키를 만드는 건 
바로 스스로를 위한 처방 같은 것이렸다.

그래서 베이킹, 쿠킹 테라피란 말이 나오는 거군요.^^                          
                          

작가의 이전글 2016.3.6 - 봄을 닮은 초절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