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한 아침이 지나면 마당으로 나서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는데 처음 가서 서는 곳은 복숭아나무 앞이다. 어렸을 때 살던 집은 제법 마당이 넓어서 과일나무가 여럿 있었는데 구석 한편에는 복숭아나무도 있었다. 어느 더운 여름날에 동네 중국집에 짜장면을 시켰는데 네모난 철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온 사람은 내 또래의 소년이었다. 그 아이는 우리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빈 그릇을 거두어 가야 했고 엄마는 마당에서 서성이는 그 애에게 복숭아를 따서 먹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한여름, 해가 쨍쨍 나던 오후에 복숭아는 아마 뜨끈했을 텐데.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 한 조각이 둥실 떠오른 오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