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이 한창인데

by 라문숙



읽은 책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서 지난밤부터 책장과 책상을 뒤집어 놓고 두서없는 메모를 하다가 결국 지쳐버리고 말았다. 제대로 읽은 책만큼이나 읽다가 중단한 책, 사놓고 들춰보지도 않은 책, 읽었지만 이런 책을 왜 읽을까 싶은 책 등 가지가지 이유로 내쳐진 책들도 적지 않다는 걸 알고는 나의 책 읽기에 의문이 들었다. 미세먼지가 심하니 나가지 말라고 하더라만 나가지 않으면 이 답답함을 어디에서 풀까? 라일락이 한창이다. 하얀색과 보라색 라일락이 흐드러졌던 고등학교 때의 뒤 운동장 그늘이 생각난다. 라일락이 피는 계절이 오면 점심시간마다 무도회장처럼 술렁였던 곳, 라일락 그늘을 지나 뒤 운동장에 가는 것이 즐거워 싫어하는 체육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였으니. 이 계절에 창문을 열지 못하게 했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건 바로 너울너울 창을 넘어 들어오던 라일락 향기를 배겨 날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란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책 정리하면 뭐하고 하지 않은들 대수랴. 라일락이 한창인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