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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8. 2016
2016.4.28
4월의 정원
계절은 어쩜 이리도 정직한지 올해는 찔레가 느리고 라일락이 빠르네 어쩌고 읊조리고 앉았다가 작년 이맘때의 블로그를 뒤져보면 찔레가 느린 것도 아니고 라일락이 빠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잊고 있었거나 아니면 조급했거나.
언제부턴가 어쩌면 찔레는 작은 꽃들이 덤불을 뒤덮을 때보다 이렇게 작은 초록 잎들을 달고 반짝일 때가 더 아름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찔레꽃을 기다리느라 애태우지 않고 느긋이 초록을 즐기다가 어느 날 분홍색 꼬불꼬불한 찔레꽃을 발견하면 놀라움에 약간의 미안함을 섞어서 그만큼 더 반가워하게 된다.
델피늄을 바라볼 때마다 꿈을 꾸는 것 같다. 뭐 예쁘거나 기쁘거나 그런 감정보다도 비현실적인 느낌이랄까. 정원을 다룬 책이나 동화책 속에서 많이 봐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멍하니 앉아서 바라보고 있으면 잠이 솔솔 온다.
꿈같기로 치자면 사실 볕바른 곳 화려한 토분에 심긴 델피늄보다 옆집과의 경계에 있는 그늘진 화단을 차지하고 있는 이 튤립들이 한수 위다. 지난가을에 튤립들을 모두 심고 난 뒤 크기도 작고 볼품도 없어 과연 꽃이 필까 의심스러웠던 구근 한 무더기를 그늘진 화단 한 곳에 몽땅 묻어버렸는데 이렇게 나란히 나와서 꽃을 피운 것.
경계를 뛰어넘는 것은 언제나 이처럼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뜻밖의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다. 오후의 야박한 햇살이 들어올 때쯤 옆집 마당에 누가 있을까 조심조심 다가가서 바라보고 돌아오는 나의 튤립, 나의 캡틴.
겨우내 메말랐던 작은 토분들. 마른 잎들을 떼어내고 양지 쪽에 내어놓고 물을 주었더니 다시 살아났다. 나란히 놓인 제라늄 화분들 중 제일 예쁜 잎을 내고 있는 골드. 제라늄 박사님인 이웃 마리님이 주신 것.
이렇게 예쁘게 살고 있답니다.
작년에 매발톱을 엄청 뽑아냈다. 온 마당을 차지하고 가을이 깊을 때까지 시들 기미도 보이지 않아서 질려버렸던 것. 이제 매발톱 따위는 보고 싶지 않다고 중얼거리면서 기를 쓰고 뽑아버렸는데 역시 올봄에도 여러 군데서 솟아나고 있다. 그중에서 어느새 꽃을 피운 하나. 보라색. 반가운지 무서운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네.
키가 큰 튤립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자라는 원종 튤립이다. 저렇게 작은 녀석들이 과연 꽃을 피울까 했는데 솜사탕 혹은 팝콘처럼 사랑스러운 꽃을 피우고 있다. 장하다.
초록을 볼까 하고 나갔다가 만난 햇빛.
나무 사이에서 바라본 마당 풍경.
애호박과 수레국화의 공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