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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마지막 날

by 라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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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8월 마지막 날이고, 언제나 그렇듯 매우 아름다운 날이다. 잠시 동안 밖에 나가 앉아 있어도 될 만큼 더위도 가시고 비도 그쳤다. 하늘은 유랑하는 구름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숲 저편에서 나를 그처럼 황홀하게 만드는 빛의 점멸, 나는 언제나 물이 담긴 유리 꽃병을 뚫고 지나가는 빛을 떠올린다. 요즘 마당에는 고추 서너 개, 또는 오이 대여섯 개가 무리 지어 달려있다. 파프리카가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탐스러워 보인다. 때때로 고양이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펄쩍 뛰어오르는 것을 본다. 새나 나비를 잡겠다는 것이지만 어림도 없다. 그리고 구름, 할 수만 있다면 그 움직임을 제대로 묘사하고 싶다. 어제는 구름들이 모였다가 한순간에 흐트러지기를 반복했는데 마치 시냇물이 흐르다가 여울에 이르러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는 것 같았다. 오늘 구름은 연회색이 섞인 푸른빛 하늘을 배경으로 신부의 베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집 뒤의 나무들은 햇빛을 받아 고개를 돌릴 때마다 반짝인다. 오늘 휴지통을 비우러 집 뒤로 나갔다가 후다닥 날아오르는 까치를 한 마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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