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 3년 후

유은혜

by 라문숙


내 신혼집은 아파트였다. 그 다음에 이사 간 집도 아파트, 그 다음에도 아파트였다.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는 일층에 있는 아파트를 보러 다녔다. 마당을 갖고 싶어서였다. 어차피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기 어려울 테니 베란다 앞에 나무나 꽃을 심을 수 있는 마당이 있으면 단독주택과 뭐 다르겠나 싶어서였다. 시원스럽게 넓고 베란다 앞에 나무가 울창한 일층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이제 오래오래 그 집에 살 거고 가능하면 이사는 안 할 거라는 생각으로 집 전체를 손을 보았고 그곳에서 아이는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아이가 자라는 것처럼 베란다 앞의 나무들도 자라서 그늘이 너무 많아졌지만 나무를 우리 마음대로 자를 수는 없었고 베란다에 심은 꽃이며 허브들은 잘 자라지 않았다. 이사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6월 수능 모의고사를 치른 며칠 후에 이사를 했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블로그 산중일기입니다).



볕이 좋은 잔디밭에 앉아서 풀을 뽑거나 창 밖으로 내리는 장대비를 바라보는 때, 발목까지 눈이 내려 집안에 갇혀버린 날에는 난 아직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정말 우리 집일까 감격하곤 한다. 집은 허울에 불과할 수 있지만 내 몸과 마음에 잘 맞는 집은 바로 나 자신과 같다는 걸 요즘 안다. 그렇게 집을 자신처럼 여기며 사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3년 후'다.



도심에서 단독주택을 지니고 살거나 과감히 서울을 떠나 아파트 전세금 정도로 아담한 집을 마련하거나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동호인 주택을 지어 앞뒷집에 사는 정말 멋진 이들이 과거와 현재의 자신들을 이야기하는데 그 변화의 중심에 집이 있다.

공간은 그렇게 사람을 바꾼다. 욕심을 버리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사실 이들만큼 욕심 많은 사람들이 있을까.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다른 이들이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들을 과감히 내려 놓았으니.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자니 6년 전의 내 모습이, 내 마음이 다시 만져지는 것 같았다. 그때 얼마나 무모하고 겁이 없이 일을 저질렀는지 새삼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책에 나온 이들처럼 오랜 계획이나 준비, 점검 등이 전혀 없었다. 책을 읽고 나니 누가 내게 이사한 이야기를 들려달라면 부끄러워 말을 꺼내지도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그 또한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일인지도 모르겠고. 책을 덮고 가을빛이 완연한 마당을 내려다 보며 공간과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다.



공간이 사람을 바꾸는 것도 맞지만 결국 그 공간이라는 것도 사람이 만든다. 내가 아파트에서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 내 삶이 바뀌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 아니지만,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백 퍼센트 맞는 말도 아닐 것 같다. 살다 보면 생각이 바뀌는 때가 있고 나와 이 책에 나온 이들은 '집'을 생각을 바꾸고 일상을 변화시키고 삶을 살찌우는 도구로 사용했을 뿐이라는 것도. 내가 지금 하는 생각을 오래전 아파트에서 살 때도 했더라면 나는 아마 그때도 잘 살았을 거라고. 그러니 이사를 하고 집을 바꾸면서 삶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생각을 바꾸고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도 정말 근사한 일이라고.



책을 읽으면 꼭 뭔가를 하게 됩니다.

낯선 음식을 만들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청소라도.

이 책을 읽고 나니 예전의 내가 자꾸 생각납니다.

베란다에 드는 한 조각 볕을 따라다니며 허브 화분을 옮기던 일,

꽃이 만발한 화원을 지나던 봄날 그 꽃들을 심을 마당이 없다는 것에 마음 아팠던 일,

단독주택을 지나면 마치 자동인형처럼 '아, 좋겠다' 란 말이 튀어나와 남편을 심술 나게 했던 일 등등이 생각났어요.

지금은 꽃과 허브화분을 가진 단독주택의 아줌마로 살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어디에 살건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하고 싶어요.단독주택으로 가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거잖아요.어떤 걸 지키고 어떤 걸 버릴까 정하는 기준을 '삶과 가족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하면 대부분 실패가 없다는 걸 이 책 '살고 싶은 집, 단독주택 - 3년 후'가 알려줍니다.

머지않아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집을 짓고 사는 이야기로 다음 책을 선보이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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