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깬 새벽에, 오늘은 뭔가 다르다고 느꼈을 때, 매미소리가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들어와 작은 방을 채웠던 이제까지의 아침이 오늘 아침 갑자기 지나간 날들이 되었을 때, 습관처럼 옆에 놓인 책을 펼쳤는데 지난밤에 다 읽어버린 걸 깨달을 때, 밤새 불을 끄지 않고 안경도 벗지 않은 채 잠들었던 걸 알았을 때, 거울 속에서 갑자기 자라버린 머리카락을 발견했을 때, 아침 빵은 꽁꽁 얼어있고 씻지 않은 냄비는 레인지 위에 그대로 놓여있을 때, 커피를 마시고 올리브를 씹으며 아프가니스탄 난민과 부르카를 이야기할 때, 천 개짜리 직소퍼즐 상자 안에서 조각난 고흐의 아몬드 나무를 볼 때, 쓰러진 대파들 사이에서 잠든 고양이들을 볼 때, 늙어가는 오이 아래에서 봉긋하게 올라오는 부추꽃 봉오리를 발견할 때, 옆집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 한낮의 나팔꽃을 발견했을 때, 현관 앞에 떨어져 있는 택배 봉투를 뒤늦게 발견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