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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by 라문숙


며칠 비가 내리더니 마당에 버섯이 돋아났다. 노란색 버섯을 뒤집으면 섬세하고 정교한 주름이 드러나는데 만져보니 생크림처럼 부드럽다. 어떤 버섯인지 모르니 먹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버섯들이 소인국의 초가집들처럼 귀여워서 그대로 두고 일어나는데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아기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이다. 나와 버섯을 번갈아 바라보는 폼이 심상찮다. 늙은 오이 두 개와 호박이 담긴 바구니를 내려놓고 다시 쪼그려 앉아 버섯을 땄다. 잔디를 들춰가며 작은 버섯 하나도 남아있지 않게 꼼꼼하게 뒤졌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어. 먹으면 안 되는 버섯일 수도 있거든. 나는 무릎걸음으로 옮겨가며 버섯을 따고 녀석은 분한 표정으로 따라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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