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같기도 하고 새벽 같기도 한 꽃들이 있다. 어제 본 꽃 들인데도 오늘 또 놀랍다. 산비둘기와 꾀꼬리가 아침부터 운다. 매일 아침마다 같은 아이들일까 생각한다. 잘 모르겠지만 빈 곳이 있다고 중얼거린다. 그러다가 깨닫는 것이다. 올해 소쩍새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릴 때마다 눈앞의 꽃들도 나뭇가지 사이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도 사라진다. 들리지도 않는 소쩍새 울음에 사로잡힌다. 때로 식기세척기 돌아가는 소리를 소쩍새 울음으로 착각한다. 아마도 접시들이 물줄기를 맞으며 서로 부딪는 소리일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소쩍새가 식기세척기 안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내가 만든 상상으로 마을을 짓고 다리를 놓는다. 살다 보면 그런 게 있다. 그립고 보고픈 사람, 아쉽거나 아픈 기억들은 그대로인데 나는 그것 혹은 그들이 사라졌다고, 혹은 잊었다고 착각을 한다. 겁이 많아 마음이 불편한 걸 견디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소리 없이 다가와서 고요와 평온을 한 움큼 내려놓는 밤은 얼마나 고마운가. 보고도 못 본 척 묻지 않는 이는 또 어떻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