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날은 밝지 않았지만 매미들은 조금만 있으면 멀리서 떠나온 햇빛이 도착하리란 걸, 그리하여 곧 숲을 희붐하게 밝히리란 걸 알고 있다. 조심하거나 배려하는 건 매미들의 본성은 아니겠다. 훈련된 병사의 기민함이든 완벽을 위한 집중이든 그들에게는 공기를 흔들어 새벽의 고요를 깨트리는 지휘자가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숲을 꽉 채운 매미들이 동시에 울음을 멈출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찾아온 정적에 비로소 잠을 깨는 아침은, 읽던 버지니아울프를 덮을 때마다 찾아오는 생경함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소란한 장터를 벗어나 서늘하게 그늘이 내려앉은 골목으로 접어들거나 혹은 어둡고 푹신한 음악감상실의 두꺼운 문을 열고 화살처럼 내리 꽂히는 햇볕 아래로 나선 기분이다. 아주 작은 은스푼으로 팥빙수 아래를 야금야금 퍼올려 먹듯이, 혹시 눈처럼 흰 얼음산이 녹아내릴까봐 아끼고 조심하면서 읽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