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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

by 라문숙


누가 에세이스트가 되는 방법을 물어왔다. 그런 게 있나요? 하고 되묻고 싶었다. 좋은 책을 알려주세요, 글쓰기 팁을 주세요 라는 질문보다 답하기 어렵다. 매번 재미있는 책이 좋은 책이고 오래 품어온 질문에 답하는 게 글쓰기의 시작이란 답을 해왔는데 이번 질문은 부끄러울 뿐이다. 종일 나를 지켜보았다. 35도가 넘는 여름 땡볕 아래 꽃잎이 만드는 그림자를 따라다니다가 후다닥 뛰어들어와 찬물로 설거지를 한다. 점심 식탁을 치우는 대신 오래된 동화책을 들고 의자에 파묻힌다. 즐기는 일과 해치워야 할 일 사이를 징검다리 건너뛰듯 오가는 여자가 보인다. 섬광처럼 단어와 문장이 지나간들 놓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기억하고 옮기려는 마음만 가득하다.


에세이스트요? 잘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죠. 의혹의 눈초리를 견뎌내고 오해의 강물을 건너고 말보다 침묵에 익숙하여 설득하기보다 이해하려고 애쓰느라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당신도 그런 사람이 되어보세요,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부끄러워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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