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모임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 한 친구가 '문송합니다'란 말을 했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검색해보니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말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검색해봤다고 했더니 벌써 몇 년 된 말이라고 한다. 새로 생긴 단어들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단다. 그 순간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젠가 동생과 백화점 안의 엘베 앞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엘베'라는 매장을 찾을 수 없어서 안내데스크에 물었다. 그런 매장은 없다는 대답에 매장 찾기를 포기하고 동생에게 전화를 하려고 조용한 곳을 찾아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는데 거기 서있던 동생을 발견하는 순간! 엘베는 에리베이터였다. 얼마 전 뉴스에 '영끌'이란 단어가 계속 보이길래 찾아봤더니 '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바쁜 세상이니 말도 짧고 간단하게 하는 줄은 알겠는데 나처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일'에 게으른 이들이라면 이 또한 답답하지 않을까? 스마트폰이 만드는 세상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끼어든 기분은 나만 경험하는 것일까? 그렇다 해도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만나지 않고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 일'이란 말을 어떻게 듣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