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멀리서 비행기가 지나는 것 외에는 아무 움직임이 없다. 적요한 숲, 화살처럼 내리 꽂히는 뙤약볕, 공기에서는 설핏 해초 마르는 냄새가 난다. 바다가 그리운가. 모래사장을 조금만 파도 깨진 조개껍질이며 소금이 하얗게 묻은 바다식물들을 볼 수 있었던 오래 전의 어느 여름을 떠올린다. 그때는 세수하다가 느닷없이 울음이 터지거나 한밤중에 느닷없이 찬 물을 뒤집어쓰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젖은 머리로 거울 앞에 앉았더니 한낮인데도 소쩍새가 울었다. 반갑고 서럽다. 날은 덥고, 숨을 곳도 없고, 점심때는 다가오고. 낮잠 자던 고양이가 잠에 취한 눈으로 그림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본다. 내 마당에서 오늘은 나도 어리둥절하다. 여기가 거긴 지, 내가 그 사람인지, 살았는지, 죽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