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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by 라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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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어에서는 냄새가 나는데 ‘괜찮다'도 그중 하나다. 그 '괜찮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별로 나쁘지 않고 보통 이상이다'는 뜻풀이가 나온다. 부정적인 뜻이라곤 없음에도 '괜찮다'는 단어를 들으면 움찔거린다. 정말 괜찮은 건지 의심스럽다. 실망을 감추고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며 기대하고 원했던 어떤 걸 포기한 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이토록 못 미더운 ‘괜찮다’란 단어를 듣고 싶었던 순간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누군가가 ‘괜찮아?’ 혹은 ‘괜찮지?’라고 묻는 마음을 헤아려보기도 한다. 정말 괜찮기를 바라는 마음인지, 아닌 줄 알면서도 괜찮다는 착각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인지, 그렇다면 그 마음은 어디에서 왔을지 하나하나 되짚어보노라면 욕망을 억누르고 두려움을 감추고 단념을 넘어서는 마음이 보인다. 가끔은 그걸 사랑이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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