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고 나는 매일 아침마다 마당에 물을 준다. 마른 흙은 물에 젖어들면서 부드러워지고 색이 짙어진다. 커피에 물을 붓는 것 같다. 커피가루가 물에 젖어 부풀어 오르다가 어느 순간 푹 꺼지는 것, 그것과 똑같다. 떨어지는 물줄기를 무심히 보다가 움찔 놀랄 때가 있다. 흙이 말랐을 때 보이지 않던 등이 넓은 벌레 한 마리가 물방울을 피해 잎들 사이로 숨어 들어가 흙 속으로 사라진다. 아, 너구나 싶다. 처음 보는 녀석은 아니다. 흙빛을 보호색으로 한 벌레, 서두르지 않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양새가 꼭 두꺼비 같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올 것 같은, 느리고 밋밋한 녀석. 혹 작년의 그 녀석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로서는 구분할 도리가 없으니 내게는 어엿한 '너'다.